"취임 일주일 내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 등 재건축 아파트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
작년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 오세훈 서울시장은 '목동'과 '안전진단'을 직접 언급하며 재건축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작년 6월 취임 두 달만에 "재건축은 차근차근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모색하는 중"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중앙정부인 국토교통부 소관이란 점에서 서울시장의 역할엔 애초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8월에는 자신의 SNS에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서 상당히 오래 걸리는 소요기간을 서울시가 앞장서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것"이라며 "재건축 사업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간재개발 지원사업인 '신통기획'의 예고였다.
하지만 은마 아파트는 물론이고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단지들엔 해당하지 않았다. 9개월째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자 목동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기약없는 2차 정밀안전진단… "정치적 의도 다분"
관련업계와 양천구정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통과한 단지는 6단지가 유일하다. 9단지와 11단지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했다. 하지만 이들 정밀안전진단을 완료한 3개 단지(6, 9, 11)가 2차 안전진단에 걸린 기간은 평균 6개월이다.
반면 5단지는 1년 6개월째 2차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단지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0년 7월 2차 안전진단을 시작한 13단지는 아직 결과를 못 받았다. 작년 1월 신청한 7단지, 3월에 신청한 1·2·3·4·10·14단지도 마찬가지로 2차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안전진단은 통상 △예비 안전진단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서로 진행된다. 이중 2차 정밀안전진단은 구청이 진행한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구조 안전성, 마감 및 설비 노후도, 주거환경, 비용편익 등을 검토한다.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이 확정되지만 조건부등급인 D등급이 나오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관리원의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 단지들은 안전진단 완료까지 단 한 단계만 남겨두고 있지만, 이 절차가 하염없이 길어지며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목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남은 목동 단지들이 안전진단에서 다 떨어지면 이번 정부는 물론이고 오세훈 시장에게도 등 돌릴 게 뻔하니까 일부러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오 시장이)선거 때는 일주일 안에 안전진단을 풀어준다더니 재건축이 정치인들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아니고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앞서 9단지와 11단지처럼 재건축 불가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안전진단 평가에서 구조 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대폭 높였다. 안전진단 문턱이 높아지면서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
전문가들의 판단도 주민들의 의견과 유사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정성 항목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정비 지역들이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2차 정밀안전진단이 길어지는 건 재건축 불가 통보 시점을 늦추는 정치적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믿었던 신통기획마저… 목동 주민 뿔났다
1차 정밀안전진단은 해당지자체에서 진행하는데 2차는 해당 구청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혹은 국토안전관리원에 신청해 진행한다. 안전진단 의뢰 서류 등을 해당 단지의 도움을 받아 구청이 제출하는 형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2차 정밀안전진단 기관은 의뢰받은 날부터 60일 이내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최대 90일까지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의뢰 서류의 보완이 필요한 경우 보완기간은 기간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앞서 2차 정밀안전진단을 마친 다른 단지와 비교해 부족한 점을 광범위하게 보완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세대 방문이나 소음도 측정에서 협조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안전진단 비용을 마련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 추진 속도에 대해서는 주민들 간 의견이 나뉘기도 해 마냥 빠르게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2차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어려워지자 안전진단 자체를 미루는 게 낫다는 일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목동8단지와 12단지는 신청을 보류하고 있다. 대선 이후 안전진단 평가 기준에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안전진단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6단지가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신통기획에서도 탈락하면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민간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다른 단지와 통합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목동6단지 주민들은 빠른 사업진행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서울시가 "인근 단지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보류하면서 충격이 컸다. ▷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은마‧목동아파트 '신통기획' 빠진 이유(1월4일)
다른 단지들의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가 끝나지 않는 한 6단지에 신통기획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목동 주민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도, 신통기획도 모두 해줄 것처럼 말하더니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음 선거에서 다시 재건축 카드를 꺼낼 것 같은데, 주민들도 또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하면 안 된다"며 "안전진단이든 신통기획이든 정량평가를 진행한다는 말과 달리 정성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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