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고점인가요?'
올 상반기 부동산 '큰 손'으로 알려진 유명 연예인들이 줄줄이 빌딩을 매각하자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빌딩은 주택에 비해 대출·세금 규제가 적어 꾸준히 반사이익 효과를 누려왔는데요.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과 맞물리면서 투자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액자산가들이 수십억~수백억원짜리 빌딩을 몰아치듯 팔아치우자 의아할 수밖에요.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을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 시그널로 보기도 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큰손'들의 빌딩 수집, 끝났다고?
상업·업무용 부동산은 크게 빌딩과 상가·사무실로 나뉘는데요. 이중 빌딩은 건물 전체를 1인 또는 공동으로 소유하는 건물을 말합니다.
빌딩은 임대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매각할 때 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인데요. 현 정부 들어 주택 규제가 심해지자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빌딩 시장이 주목받아 왔습니다.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은 최고 6%까지 치솟은 반면, 업무상업시설인 빌딩은 건물이 아닌 토지분만 종부세 과세 대상인데 80억원이 넘는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양도세도 주택은 최고 7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빌딩은 기본소득세율인 6~42%만 내면 되고요. 법인을 통해 빌딩을 매입할 경우 세금을 덜 낼뿐만 아니라 대출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빌딩 투자가 늘고 있는데요. 빌딩 한 채 가격인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만큼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수요가 높습니다. 대표적인 고액자산가인 유명연예인의 '픽'도 항상 관심거리인데요.
그런데 수상합니다. 올 상반기에 연예인들이 빌딩을 줄줄이 매각하고 있거든요.
부동산 업계에 알려진 정보들을 종합해보면요. 올초 배우 손지창·오연수 부부는 청담동 빌딩을 152억원(2006년 41억원 매입)에 팔았고요. 3월엔 배우 하정우씨가 강서구 화곡동 스타벅스 건물을 119억원(2018년 73억3000만원 매입)에, 4월엔 가수 소유씨가 마포구 빌딩을 32억원(2016년 15억7000만원 매입)에, 5월엔 배우 이정현씨가 성수동 빌딩을 70억원(2018년 43억6000만원 매입)에 매각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건 배우 김태희·비(정지훈) 부부입니다. 김태희씨는 지난 3월 강남구 역삼동 빌딩을 203억원(2014년 132억원 매입)에 팔았고요. 지난달 비씨는 강남구 청담동 빌딩을 495억원(2008년 168억원 매입)에 매각했습니다. 이들 부부가 올 상반기 빌딩을 팔아 번 돈만 398억원입니다.
그야 말로 '별나라 이야기' 수준인데요. 시장에선 이들이 빌딩으로 얼마나 큰 시세차익을 남겼는지도 화제가 됐지만요. 왜 줄줄이 빌딩을 '손절' 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조만간 자산가치가 떨어진다는 신호'라는 데 의견이 모이기도 했고요.
갈 곳 없는 돈…"빌딩투자 옥석가리기해야"
그러나 시장의 해석과는 달리 빌딩 시장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거래량은 2036건, 총 거래금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85.6% 증가했는데요.
올 4월29일 금융권 전체 LTV를 70%로 적용하는 비주택 부동산 대출규제 정책이 발표되면서 4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음에도 올 상반기 거래금액은 지난 2006년 이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꼬마빌딩'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꼬마빌딩은 일반건물 중 연면적 3000㎡ 이하, 10층 이하, 10억~50억원 이내 가격대의 수익성 부동산을 일컫는데요. 올 상반기 10억~50억원 미만 매매거래가 전체의 46.9%를 차지하고 이어 50억~100억원 미만 19.6%, 100억~300억원 미만 14.8%, 10억원 미만 13.6%, 300억원 이상 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KB부동산 집계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10억1417만원으로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었는데요. 강남 아파트는 매매가가 15억원을 넘으면 대출이 안 되지만 수십억원의 꼬마빌딩은 대출이 60%가량 나옵니다. '집 사느니 빌딩 투자한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이유죠.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현재 수익형 부동산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실이 생기면서 저가 매수하기 좋은 상황"이라며 "올들어 비주택 규제가 생기긴 했지만 주택에 비해 여전히 대출이 잘 나오고 부동산은 안전잔산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 투자 수요가 꾸준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주택 규제가 세금 쪽으로 많아지면서 빌딩이나 상가 등 수익형 건물로 투자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고 수요가 쌓이다보니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기존 빌딩을 매각하고 더 좋은 곳으로 갈아타거나 차익을 실현한 뒤 한 번 더 투자하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유명연예인들의 부동산 매각에 대해서도 "특정한 시그널로 보기 힘들다"며 "빌딩 갈아타기를 위한 매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청담동 빌딩을 495억원에 팔았던 비씨는 이달 서초동 빌딩을 92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LTV 규제가 생긴 만큼 빌딩 투자에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윤수민 연구위원은 "유동성이 풍부한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호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며 "공실률이 많고 금리 인상 등의 대외적 변수 등도 있기 때문에 빋일 투자 시 임대료 수익률이 향후 금리 인상률 이상으로 받쳐주는지 등을 따져서 옥석가리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