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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제2의 타다?…프롭테크 태동도 전에 묻힐라

  • 2021.10.01(금) 09:20

감평사협회-빅밸류와 갈등 여전…동상이몽
프롭테크-중개사 등 업계 '찬밥신세'로 정착 난항

국내 프롭테크 업계가 부동산 업계에서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며 기존 업계와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데요. IT와 VR(가상현실), 3D 기술 등을 바탕으로 부동산 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이끌겠다는 야심찬 포부였지만 기존 업계의 공고한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온택트 파트너스' 사업으로 중개시장에 진출하려는 직방, 반값 중개보수 등을 앞세운 다윈 등 프롭테크 기업들이 공인중개사들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보다 앞서 프롭테크 업계와 갈등을 빚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입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지난해 프롭테크 기업인 빅밸류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는데요.

빅밸류는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등에 대한 자동시세 산정서비스를 주요 금융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비(非)아파트 소유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다양해지고 이전보다 꼼꼼히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빅밸류의 목표였습니다. ▷관련기사: [프롭테크 탐방기]빅밸류, 연립 등 서민자산가에 주목했다(2019.08.30)

감정평가사협회는 빅밸류의 이 같은 활동이 감정평가업자가 아님에도 연립‧다세대 등 부동산에 대한 시세를 평가한 것으로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발에 대한 결과는 최근 '혐의없음'으로 종결되며 일단락되는 줄 알았습니다. 특히 지난 27일 감정평가사협회는 AI(인공지능) 프롭테크와 상생‧협력하기로 했다는 다소 의외의 보도자료도 배포했는데요.

그 이면은 달랐습니다. 감정평가사협회가 상생‧합력하기로 한 프롭테크 업체는 밸류맵과 디스코 등 토지‧상가 등에 대한 시세 정보를 제공해 큰 틀에서 빅밸류와는 차이가 크지 않은 업체인데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 업체 대표는 감정평가사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감정평가사 출신들이 세운 일부 프롭테크 기업들과는 협업을 고민해보겠다는 것이죠.

동시에 빅밸류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결론에 대한 이의신청을 진행해 보완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즉 감정평가사협회와 빅밸류 간 갈등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상생‧협업하기로 한 프롭테크 기업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도 아닙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프롭테크 업체들이 활용하고 있는 빅데이터나 AI 기술 등이 감정평가 업무를 하는데 있어 보조재 역할을 해야한다는 입장인데요. '감정평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평가사들 업무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을 명확히 한 셈이죠.

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이미 감정평가사들은 프롭테크와 비슷한 기능을 활용해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평가사들이 바라는 보조재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프롭테크 업계와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 일부 업체들과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프롭테크 업체들도 감정평가사협회와의 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장기적으로 함께 하기에는 리스크도 크다고 보고 있는데요.

감정평가사협회와 협력하는 프롭테크 기업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지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프롭테크 기업들이 발굴하는 데이터를 누적해서 얻어지는 결과물들이 감정평가사 업역과 겹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소통하자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프롭테크업계에선 감정평가사협회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프롭테크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또 다른 프롭테크 관계자는 "감정평가사협회가 신산업인 프롭테크와의 갈등이 부각되는 게 부담스러워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데다, 감정평가사가 대표인 일부 업체와만 협력하고 빅밸류와는 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이처럼 프롭테크와 기존 부동산 업계 간 갈등을 보면서 떠오르는 장면 없으신가요. 택시업계와 타다 등 차량 호출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싸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타다의 완패로 끝났고요.

모빌리티 기업들은 택시보다 편리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혁신을 강조했고 소비자들이 여기에 호응했죠. 하지만 기존 택시업계 종사자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던 만큼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로 인해 '타다금지법' 등이 크게 논란이 됐던 적도 있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부동산 업계와 프롭테크도 다르지 않습니다.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 입장에선 삶의 터전이었던 기존 시장에 IT기술을 앞세운 프롭테크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은 생존과도 연결됩니다. 반대로 프롭테크 기업들은 혁신을 통한 성장을 위해 기존 영역에 도전을 계속해야 하는데요. 그만큼 갈등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죠.

최근 정부는 부동산 중개보수요율 체계 개편과 동시에 중개서비스 개선을 위해 프롭테크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요. 중개업계 반발이 거세 현실화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프롭테크를 중심으로 중개서비스 등 국내 부동산 산업이 변화, 발전한다면 소비자들은 더 나은 부동산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동산 업계에도 프롭테크를 기반으로 거대 플랫폼이 등장하면 기존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 문제와 함께 시장 독점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데요.

앞서 타다의 사례처럼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가 그대로 묻히거나 혹은 독점 이슈가 발생하기 전에 프롭테크와 부동산업계의 행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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