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까지 아무리 속도를 낸다해도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1만 가구도 채 되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 계획했던 올해 물량 4만5666가구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분양가상한제 규제 이후 분양가 갈등과 조합내 갈등, 시공사 선정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둔촌주공 등과 같은 대단지 분양이 줄줄이 내년으로 미뤄진 영향이다.
연초 계획대비 20% 수준 불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연말까지 분양이 예정된 물량은 9281가구(19일 기준)다. 이는 올해 초 예정했던 물량 4만5666가구의 20.32%로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연말 분양이 예정된 ▲관악구 봉천4-1-2재개발(797가구) ▲은평구 센트레빌파크프레스티지(752가구) ▲은평구 서울은평뉴타운(445가구) ▲서초구 방배센트레빌아너티지(90가구) 4개 단지가 일정대로 분양을 해도 올해 서울에서는 1만가구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다. 10월말까지 분양한 물량도 7197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분양을 준비했던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이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부분 내년으로 분양이 밀린 영향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이 대표적이다. 둔촌주공은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만2032가구로 조성되는 단지로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단지다.
지난 2019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에 발목이 잡힌데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으로 분양가 갈등이 이어면서 조합 내 갈등까지 불거졌다. 올해들어 새 조합 집행부를 꾸리고 지난 9월에야 업무를 시작했다. 조합 측은 내년 2월 일반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기사:분양가상한제 개편…둔촌주공 "내년 2월 분양"vs "대선 지켜보자"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산정과 관련된 불만 때문에 예정됐던 사업장들이 지연됐다"며 "서울 공급량은 대단위 분양단지 유무가 영향이 큰데 둔촌주공처럼 큰 단지가 포함돼 있냐에 따라 물량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강남·강북권 주요 단지 줄줄이 내년으로
올해는 분양가 갈등뿐 아니라 유독 시공사 교체 이슈로 일정이 미뤄진 단지들이 많은 데다 '오염토' 등 돌발 변수 등도 등장하면서 주요 관심단지들이 대거 내년으로 분양을 미뤘다.
1131가구 분양이 예정됐던 방배6구역은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새 시공사를 찾기 위해 지난달 입찰공고를 하고 지난 4일 현장설명회를 진행했다.
방배6구역 조합 관계자는 "관리처분 인가 이후 분양을 받았는데 시공사가 변경되며 내년 초 쯤에 조합원 분양신청을 다시 받을 것"이라며 "현재 일반분양 신청은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신반포15차(641가구)는 조합과 전 시공사인 대우건설과의 마찰이 문제다. 조합은 공사비 문제로 대우건설의 시공권을 박탈하고 지난해 4월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대우건설이 소송을 제기하고 1심에서 패했으나 지난달 2심에서 승소하며 삼성물산이 진행하는 재건축 공사 중단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관련기사:[집잇슈]우리 아파트, 시공사 바꿔? 말어?
현재 삼성물산에서 공사는 계속하고 있지만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공사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방배5구역은 지하 4층~지상 최고 33층, 3080가구로 조성되는 단지다. 최근 착공을 앞두고 오염토에 발목이 잡혔다. 토양오염물질 조사 결과 표본조사지역 10곳 모두에서 오염물질인 ‘불소화합물’이 발견됐다. 수개월에 걸쳐 오염물질 정화작업을 한 후 분양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 대조1구역(1971가구)도 조합 내부갈등으로 사업이 멈춰있다. 대조1구역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대조1구역 바른 사업을 위한 조합원 모임’과의 소송전이 이어져 왔다. 최근 소송문제는 해결됐고 지난 19일 임원 및 대의원 보궐선거 투표를 통해 새 집행부가 꾸려졌다.
대조1구역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기존 조합장이 소송취하를 하며 소송문제가 해결됐다”며 “내년 3월 조합장 보궐선거 이후 일반분양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송파구 잠실진주(2636가구) △성동구 행당7구역(958가구) △동대문구 이문1구역(3069가구)도 분양가 산정, 설계변경 등의 문제로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이문1구역 조합은 내년 3~4월, 잠실진주와 행당7구역 조합은 내년 하반기로 분양을 예상하고 있다.
행당7구역 조합 관계자는 "최초로 분양신청을 받은 이후에 설계가 변경됐고 관리처분 인가를 다시 하게 돼 분양일정이 전체적으로 늦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