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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도 다주택자도 양도세 '퇴로'?…집값은?

  • 2021.12.02(목) 06:30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9억→12억원 상향
대출 한계·집값 '키맞추기' 부작용 우려 커져
여당 다주택자도 완화 검토…정부 정면 반박

1주택자는 물론이고 다주택자까지도 양도소득세 퇴로를 열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이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키로한데 이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한시 완화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1주택자 비과세 기준 상향만으로는 매물 출회가 미미하고 오히려 집값 '키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장에선 보유세(종부세)를 높인 만큼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거래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시장이 바짝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라 '소폭 완화' 정도로는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또한 여당의 양도세 완화 움직임에 오히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정면 반대하고 나선 상태다. 

 1주택자, 12억 집 팔아도 '양도세 0원'…그래도 안 팔아?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집을 한 채만 가진 사람이 집을 팔 때 집값이 12억원 미만이면 양도세를 내지 않게 된다. 

집값 상승세를 반영한 조치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지난해 1월만 해도 8억6997만원으로 9억원을 밑돌았으나 같은 해 3월 9억원을 넘었고(9억1201만원) 올해 10월엔 12억원을 돌파(12억1649만원)했다. 그러나 비과세 기준은 2008년 9억원으로 높아진 뒤 13년 동안 유지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이사 등 갈아타기 과정에서도 세금을 부담해야만 했다.

이번 조치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면서 막혔던 거래에 조금씩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일부 나온다. 양도세 부담을 던 9억~12억원대 주택 위주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재부 전문위원실의 '2021년 전국 및 서울 공동주택 가격분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시가 9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주택 수는 42만4381가구로 그중에서 서울 주택이 24만7475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거래 활성화'까지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 인상에다 내년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는 등 갈아타기 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가주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양도세 비과세 기준 금액까지 집값 '키맞추기' 현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제금액 조정이 부동산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면서 "시기적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은 시장의 현실 여건에 맞게 조정하는 차원일 뿐 매물 출회로 이어지긴 힘들어 보인다"며 "대출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갈아탈 때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1주택자들이 주택을 매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다주택자…'퇴로' 열어줄까

시장에선 매물 출회를 위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크게 올려 매물 출회를 유도했지만 양도세 부담에 거래는 점점 얼어붙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는 2017년 8·2대책을 통해 2주택자에게 10%포인트, 3주택자에게 20%포인트 '중과'하다가 2020년 7·10대책에서 2주택자 20%포인트, 3주택자 30%포인트로 '중중과'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시장에 매물이 나오게 하려면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서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율을 낮춰 재고 주택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야만 거래가 이뤄지고 집값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더불어민주당도 다주택자의 양도세 일시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당 차원에서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헀다. 일정 기간 세율을 인하해 주택 매물을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올 6월 양도세 '중중과'를 시행한지 반년 만에 정책의 방향을 뒤바꾸는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 부총리가 앞서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을 반대한데 이어 기획재정부는 1일 저녁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재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양도세 중과 유예를 입법하는 과정에서 절세를 기대한 기존 매물 회수 등이 발생할 경우 가격 불안세가 재확산 될 수 있고 다주택자에 추가적인 세제혜택이 부여될 경우 무주택·1주택자의 박탈감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정책에 따라 다주택을 해소한 경우 신뢰의 문제 등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다주택자에게도 양도세를 완화하면 기존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셈인 데다 정권도 얼마 안 남아서 적극적인 인하 조치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도 대승적으로 시장을 잡기 위한 방향 전환이라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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