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과 정부 모두 정책 일관성이나 원칙, 철학 없이 땜질식 처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는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내년 이후 개편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보유세는 당정이 손잡고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동시에 정부는 지속해서 집값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집을 팔라는 건지, 내년 대선이후까지 버티라는건지 시장에 주는 메시지도 오락가락이다.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재명,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지금 → 대선 이후'
이재명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 지금이라도 완화하자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는 "정부와 서로 상의가 안 되면 몇 달 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강력 반대하자 양도세 완화 시기를 내년 대선 이후로 미룬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게 하자는 방안이다. 집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를 대선 이후로 사실상 못박으면서 '그때까지 버텨라'라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 셈이 됐다.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대선 이후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버티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주장이 당장 실현되는 게 아닐 뿐만 아니라 만약 야권 후보가 당선될 경우 더욱 강한 완화책이 나올 수 있어 일단 기다려보자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양도세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편에선 보유세 완화 정책도 예고하고 있다. 당정이 손잡고 보유세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주택 보유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을 일정부분 완화해주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담 상한 조정 또는 2022년 보유세 산정시 2021년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양도세 완화와 보유세 완화가 상충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도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낮아지면 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이 줄어 매도 압박이 감소한다"며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감면 논의로 매도보다는 관망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교수 역시 "보유세를 완화하면 물량이 잠길 수 있는 단점이 있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으려 하다 보니 기존 정책과 다소 상충하더라도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는 이런 주장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지켜보자는 심리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조절은?…또 땜질만
보유세 완화를 명분으로 공시가격 땜질 처방에 나선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홍 부총리는 보유세 완화 대상을 1가구 1주택자로 한정했지만 이 역시 내년 이후 다주택자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관련기사:양도세 이어 보유세도 '완화'…또 선거용 땜질?(12월 20일)
당정은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말 깜깜이식 공시가격 산정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실거래가의 90%로 공시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공시가격이 더 큰폭으로 뛰고 이에 따른 세금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정의 방침대로 내년엔 올해 기준 공시가격을 적용, 보유세를 '동결'하더라도 2023년에는 상승폭이 또다시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 하락 가능성을 누차 경고했다. 정부의 예언(?)대로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현실화율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특히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해 95%에서 내년 100%로 상향되면서 세금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세저항 또한 커질 수 있다. 그동안 집값이 수년간 지속해서 오르면서 현실화율 개선 속도의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과 교수)은 "공시가격 인상과 부동산 세율 증가 등으로 국민들이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부담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빠른 시일에 전반적으로 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