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분양가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2030 청년 세대들의 주택 매입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 규제 탓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하기조차 어려워진 데다가, 겨우 내 집을 마련하더라도 금리 인상 탓에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잿값 인상과 분양가상한제 개편 등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거라는 전망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도 청년 주택 정책에 공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가시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출금리 '7%'…더는 '영끌' 못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금리가 0.5%에서 1.75%로 뛰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연내 금리 추가 인상까지 시사했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으로 2030 젊은세대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힘겨워질 전망이다. 금융권은 올 하반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4.020~6.590%이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미 대출을 받아 집을 산 2030세대의 이자부담 또한 커진다. 금통위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부담은 3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젊은 층의 경우 최근 은행권 대출 규제 등으로 채무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20대의 2금융권 대출 잔액은 3개월 전보다 272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의 은행권 대출은 같은 기간 오히려 줄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소득과 자산 등이 부족한 20대가 2금융권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역시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인상 포함)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DSR 규제 여전한데…분양가 상승까지
이처럼 신용위험이 높아질수록 은행권의 대출이 더욱 어려울뿐만 아니라 규제로 인한 대출 문턱 또한 여전히 높다. 새 정부가 청년층을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새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 상한을 80%까지 완화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때 '장래 소득 인정 기준'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DSR 규제의 큰 틀은 유지하기로 하면서 청년들의 대출 여력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다. 더욱이 오는 7월부터는 차주별 DSR 규제 적용을 받는 차주 기준이 기존 총 대출액 2억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더욱 강화된다.
집값 또한 좀체 잡히지 않고 있다. 새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내달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규제를 완화해줘 민간 중심의 공급을 활성화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비사업의 특수성으로 발생하는 조합원 이주비와 조합 사업비 등을 가산비로 인정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정비사업이 활성화하고 공급이 늘어날 순 있지만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달 예상되는 기본형 건축비 상향과 분양가상한제 개편이 맞물리면서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
정부는 청년 주택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후 첫행보로 '청년 간담회'를 선택했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와 내 집 마련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목표이지만 당장에 가시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관련 기사: 원희룡 첫 현장 행보는 '청년'…"청약 추첨제 확대"(5월 24일)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경우 대출이 확 줄어들게 된다"며 "특히 젊은 세대들이 무리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중심의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겠지만, 젊은 세대가 주요 수요층인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면서 집값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