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조정지역 해제'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세종, 대구 등의 지역은 최근 3달간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조정지역 해제 정량적 요건을 채웠다.
이달 말 윤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열릴 예정이다. 각 지자체는 지방선거 전후로 정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청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 불안을 우려해 규제를 지속했던 문재인 정부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집값 내리고 물가 오르고…'규제지역 지정기준' 미달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7일 대비 5월30일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0.04% 하락했다. 경기(-0.26%)와 인천(-0.31%)도 같은 기간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한 대구와 세종은 1% 후반대 하락률을 보였다. 대구가 –1.83%로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고, 세종이 –1.7%로 뒤따랐다.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기준'에 따르면 직전 월부터 소급해 3개월간 해당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에 한한다.
지난 3~5월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1.21~1.66% 올랐다. 이들 지역이 규제지역 지정 정량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각종 규제가 해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49곳과 조정대상지역 112곳 등이다.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 대출, 세금, 청약 등에 강력한 제재를 적용한다. 무주택자라도 주택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고,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양도세 등이 추가과세 된다.
지자체들은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과도한 규제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대구와 세종을 비롯해 전북 전주, 전남 여수, 충남 천안, 울산 중구, 경기 김포·양주·파주·동두천 등이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한 상황이다.
'금리'에 투기도 잠잠…"지방부터 해제 필요"
남은 관문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다. 작년 12월30일 문재인 정부에서 열렸던 마지막 주정심에서는 집값 상승률이 둔화했음에도 "규제 강도가 낮아지면 국지적 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며 규제지역 해제를 미뤘다.
주정심은 정량 요건 외 정성적 요건도 고려한다. 투기과열지역의 경우 '주택에 대한 투기가 성행하고 있거나 우려되는 지역', 조정지역은 '주택 분양 등이 과열되어 있거나 과열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작년 말 심의위원들이 "추가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도 시중 유동성, 투기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규제 해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 인상' 등으로 이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지방의 경우 누적된 물량을 소진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주정심에서 지방을 위주로 조정지역이 해제될 가능성이 있고, 경기도에서도 1기 신도시 등을 제외하면 해제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져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해운대를 제외한 부산 지역과 대구 전 지역, 청주, 전주 등 부동산 열기가 한풀 꺾인 지역들은 조정지역에서 해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2~3%대 저금리였던 작년과 달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까지 오른 지금에서는 풍선효과도 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