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15억원 규제' 해제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정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선 시행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뚝 끊긴 주택 거래를 일부 되살리면서도 세제 완화, 규제지역 해제 등에 비해 시장 충격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과연 규제가 해제되면 15억원이 넘는 집을 산다고 나설 사람이 있을까요?
'15억 대못' 3년만에 풀리나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께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시장에선 이 회의에서 '15억원 대못'이 뽑힐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과열된 부동산 투자 심리를 억누르기 위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는데요.
이같은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부동산 가격은 상승곡선을 타면서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만 없앴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대출 없이 15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른바 '현금 부자'만 고가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된 셈이니까요.
현재 이 규제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소송도 진행 중인데요.
정권이 바뀌면서 이같은 규제가 다시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LTV 상한을 지역·집값에 관계 없이 70%를 적용하는 공약을 내놨거든요. 이 공약이 실현되면 15억원 대출 제한도 함께 풀리는 셈이었는데요.
그러나 윤 정부는 지난 6월 경제정책방향에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서만 LTV 80%를 일괄 적용하는 데 그쳤습니다. 대출 한도를 확대하면 가계부채와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인데요.
최근 시장에서 나온 '15억원 대출 규제' 해제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정책 과제 및 정책 발표 일정 등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거나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며 공식 해명을 내놨습니다.
그럼에도 올 들어 금리가 세 차례 연달아 인상(총 1%포인트)되고 부동산 매수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다시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량은 지난달 372건으로 최근 1년간 최저치를 기록했고요.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8월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3% 하락해 2019년 1월28일(-0.14%)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다주택자는 못사고 무주택자는 안 사?
이런 상황에 '15억 대출 금지'가 풀리면 일부 거래가 되살아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특히 15억원 이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 용산, 과천 등지에서 1주택자 '갈아타기' 수요가 움직일 거라고 봤는데요.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자나 다주택자 중에선 내년 5월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등을 염두에 두고 매수를 시도할 수 있다"며 "다만 기존에 급등했던 가격이 조정되면서 매수자들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라 점진적으로 수요가 나오면서 가격도 점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규제 완화에 따른 거래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무주택자는 집값 고점 인식, 금리 부담 등에 따라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다주택자는 취득세 등 부담으로 섣불리 고가 주택을 추가 매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인데요. 그나마 수요가 있어 보이는 1주택 갈아타기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매수심리가 많이 억제돼 있어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취득세 등 세금 부담이 심해서 1주택 갈아타기 정도만 극히 일부 있을듯 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부 거래량이 조금은 늘어날 수 있지만 대출 규제보다는 거시적인 경기 상황이나 금리가 지금의 거래 절벽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1주택자도 갈아타기 하고 싶어도 기존 집이 안 팔리고 DSR 규제 때문에 원하는 만큼 대출이 다 안 나올 가능성이 있는 데다 금리 인상 때문에 이자 상환 부담도 크다"며 "더군다나 가격 하락 우려감이 있는 상황이라 주택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 수석연구원은 또 "세제나 DSR 완화 정도는 있어야 거래량이 풀리는데 이런 규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으로선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이 분위기 하에서는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온다고 해도 그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