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이 공직자 7000여명의 열차 이용내역을 감사원에 제출한 사실이 국감장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간인 사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관련된 부분을 다시 검토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11일 열렸다. 이날 국감에서는 감사원이 지난달 20일 공직자 7131명의 지난 5년간 열차 이용 내역을 코레일과 에스알에 요구한 사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당시 한국철도는 37만건, SR은 42만건에 달하는 이용 내역을 각각 감사원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직자들이 공공기관 임원으로 근무하기 전 기간 내역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민간인 사찰' 여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 임원들은 보통 2~3년 정도 근무한다"며 "지난 5년간 자료를 요청했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민간인 신분에 있었던 기간까지도 요청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코레일과 에스알의 자료 제출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7131명의 열차 이용 내역을 요구한 것은 감사원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된다"며 "담당자가 법 위반으로 고발될 수 있는 심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강진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개인정보에 관한 내용은 (감사원에) 제출을 안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검토했느냐"며 "감사원 규칙에 따른 자료 제출 요청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돼도 자료를 제출해야 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감사위원은 "법무실에서 법리적인 판단을 했다"면서도 "감사원과 저희 관계에 있어서는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다만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감사원 요구에 우선한다"며 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어 나 사장은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과 법에 관련된 부분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의 자료 요구 주체가 국토부 담당이 아닌 사회복지감사국라는 점도 문제가 됐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는 감사원 국토환경 감사과와 공공기관 3과 소속"이라며 "소관이 다른 곳(사회복지감사국)에서 자료 요구를 한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해야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국토위에)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느냐"며 "감사원이 받은 자료를 국회가 받지 못하면 감사원이 국회보다 하늘 위에 있는 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감사원이 코레일에 요청한 대규모 개인정보 내용과 양을 보면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의 민간인 사찰 망령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충격과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