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의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두 기관의 통합 여부를 논의해온 국토교통부는 그간의 경쟁 체제를 평가하기에는 기간이 짧았던 만큼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앞으로 공공부문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현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에서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관련 기사: 기로에 선 '코레일'…통합이냐 기능 축소냐(9월 15일)
분과위는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위한 자문기구다. 현행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에 대한 분석·평가를 위해 코레일과 SR, 국가철도공단 노사 대표 각 1인과 각 기관이 추천한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해 지난해 3월부터 운영했다.
분과위의 이번 평가 결과 현행 경쟁 체제 유지나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종합 의견이 나왔고, 국토부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분과위 내에서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첨예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 2020년 이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쟁 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이 짧았던 만큼 분석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토부는 다만 경쟁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해 이번 정부에서는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토부는 "이번 논의 과정에서 공기업 경쟁 체제의 운임·서비스 개선과 철도 건설 부채 상환 구조 마련이라는 효과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국민의 혜택을 늘리고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며 철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라며 현 체제에 손을 들어줬다.
지금의 경쟁 체제는 철도 국유·국영 체제로 인한 적자 구조 고착화와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한 철도산업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가 중복비용 등 되레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며 코레일과 SR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기간교통망 공공성 강화 및 국토교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철도 산업의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정하는 최상위 법정 계획인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공기업 경쟁 체제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검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