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미쳤어요!'
최근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기엔 분양가 규제를 받는 신축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로또 분양' 논란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갈수록 집값은 떨어지는데 분양가는 오르면서 이제는 서울에서도 청약 미달 단지가 나오는 등 냉기가 돌고 있습니다. 과연 분양가는 이대로 뒷걸음질 치는 법 없이 오르기만 하는 걸까요?
집값은 '뚝' 분양가는 '쑥'
최근 기존 아파트의 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신축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갈수록 오르는 추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9일(-0.01%) 하락 전환한 뒤 28주 연속 내리다가 이달 14일엔 0.47% 하락을 기록했는데요.
실제 체감 하락세는 더 심합니다. 집값 상승기에 가격이 급등한 지역 위주로 가격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일부 단지는 수억원씩 호가가 빠지고 있거든요.
그러나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5개 단지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3000만원 전후로 책정됐는데요.
전용 84㎡ 기준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440가구·8월 분양)는 10억원 중후반대, 강동구 둔촌동 '더샵 파크솔레이유'(195가구·11월)는 12억~13억원대,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1055가구·11월)은 8억~9억원대에 각각 분양했습니다.
이들 모두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 '로또 청약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그럼에도 '서울'이라는 입지적 강점 등이 작용하면서 1순위 청약에서 완판(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제외)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분양가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완판은 커녕 '청약 미달' 공포만 더 커질듯 한데요.
이미 연내 분양을 앞두고 일반분양가를 확정한 단지들도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를 내놓을 전망입니다.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은 일반분양가가 평당 평균 3829만원으로 책정돼 적용 84㎡가 12억~13억원 선이 될듯 한데요.
여기에 발코니 확장 등 옵션 비용이 추가되면 14억원을 넘을 전망으로, 인근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같은 평형의 이달 실거래가(국토부 통계·13억9000만원)보다 비슷합니다.
강북권인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도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을 전망인데요.
이들 가격 역시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라 시세차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시장의 전망입니다.
청약 미달에 '할인분양'…언제까지?
집값 하락폭이 더 가파른 수도권이나 지방의 경우 분양가가 시세를 앞지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천 서구의 경우 2021년만 해도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22.54%(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달했지만 올해(1월3일~11월14일) 들어 7.28% 떨어지며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 결과 올해 서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 '인천 검단신도시 AB17BL 우미린 클래스원' 등 전용 84㎡ 기준 4억원대에 분양했던 단지들의 인근 시세가 많게는 3억원대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아 시세차익을 남기기 힘들어지자 '청약 미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경기도 동탄에서 분양한 '동탄 파크릭스'의 경우 지난해 말 공급된 동탄2신도시 'A62블록 호반써밋 동탄'보다 분양가(전용 84㎡ 기준)가 8000만원 이상 높게 책정되면서 3개 단지가 미달됐는데요.
이처럼 분양가가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치솟고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난 탓으로 분석됩니다.
이들 비용은 한 번 늘어나면 다시 줄이기 힘들기 때문에 분양가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가 한 번 레벨업 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자잿값 인상분이 완전히 반영된 것도 아니고 금리 인상도 아직 진행중이라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미분양이 심해지면 '할인분양' 등의 조치를 쓰면서 가격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미 청약 시장에선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청약 미달이 지속되자 최초 분양가보다 15% 할인한 금액으로 분양 중이고요.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수분양자에게 중도금 5·6회차 이자에 해당하는 700만원과 함께 2300만원을 더해 현금 3000만원을 지급해주기로 했습니다. 이밖에 발코니 확장 공사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혜택 등도 나오고 있고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이 위축될수록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기 때문에 미분양 등이 심화하면 주택 사업자들도 분양가를 일부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품, 할인분양 등의 형태로 분양가를 보전해주거나 마진(수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