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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MB 부동산 규제 완화는 무용지물…이번엔?

  • 2022.12.26(월) 06:30

정부 출범 뒤 줄줄이 규제 풀어…정책 시계 '5년 전'
MB 정권 판박이…집값 자극 눈치에 단계 완화까지
"효과 제한적" 한목소리…"공급조절은 신중해야" 지적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인 과세·규제 체계를 최소한 5년 전 수준으로 대거 복원시킬 예정이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다주택자와 관련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고 내년 초에는 규제지역을 추가로 해제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는데요. ▶관련 기사: 다주택자 '세금·대출' 숨통 터줬다…연착륙 구원투수 될까(12월 22일)

지난 5월 정부 출범 뒤 잇따른 규제 완화책에도 부동산 시장 경착륙 경고음이 커지자 이번에는 더욱 과감한 규제 완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시계를 문재인 정부 이전인 5년여 전으로 되돌리려는 모습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10년 전 이명박 정권을 떠오르게 하는데요. 당시에도 집값 급등기 직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하면서 정권 내내 규제 완화책을 줄줄이 내놨습니다. 하지만 '대세 하락'은 계속됐고요.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0년 전, MB 때도 침체기 진입해 '줄줄이 완화'

이명박 정권부터 시작한 부동산 시장 침체기는 그 원인과 시장 환경 등이 지금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앞선 노무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분양시장이 침체했고,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저렴한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될 거라는 기대가 확산하며 거래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오랜 기간의 '대세 하락기'가 시작했고요.

다만 침체한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권 첫해부터 부동산 규제를 줄줄이 풀었다는 점은 이번 정권과 판박이였습니다. 앞서 집값이 급등하며 여론이 크게 악화했던 여파로 규제를 한꺼번에 풀기보다는 시장의 눈치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풀었다는 점도 유사하고요.

이명박 정권 첫해인 2008년에만 총 5번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6.11 지방 미분양 대책과 8.21 주택공급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 대책, 9.19 도심 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 방안, 10.21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방안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등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를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와 수도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 강남 3구를 제외한 규제지역(주택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 등의 방안을 내놨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내놨거나 추진하겠다는 정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당시에도 직전에 집값이 급등했던 터라 부동산 규제를 한꺼번에 풀지는 않았던 점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정책을 내놔도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서 점차 강도 높은 완화책을 꺼냈는데요. 윤석열 정부 역시 올해 내내 돌다리 두드리듯 단계적으로 규제를 풀다가 점차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입니다.

정부 정책, 단기 효과 미미…대세 못 꺾어

이명박 정권에 이어 다음 정권까지 규제 완화 움직임은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대세'는 좀체 바뀌지 않았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야 집값이 겨우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는 반대로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했는데, 되레 급등하기 시작했고요.

이처럼 큰 흐름에서 집값이 오르내리는데 정부 정책은 큰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져 왔습니다. 규제를 아무리 풀어도 집값이 떨어졌고, 반등 조짐이 보이자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 역시 아무 소용이 없었고요.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가 내놓고 있는 규제 완화책도 당장 시장의 큰 흐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고금리에 경기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한 하락세가 뒤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시장과 관련한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정책의 기여도가 그렇게 높다고 평가되지는 않고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정책으로 큰 흐름의 높낮이 정도를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이번에 숨통을 틔워준 다주택자들 역시 예외가 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구매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서일 겁니다. 그런데 집값이 계속 하락할 거라는 전망 속에서 당장 집을 살 다주택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겁니다.

규제 풀고 공급 조절?…"미래 대비해 신중해야"

다만 정부의 완화 정책이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입니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는 두 정권에 걸쳐 부동산 규제를 사실상 전부 풀어놓은 상태였는데요. 또 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는 등 주택 공급을 줄이는 움직임도 보였고요.

이런 와중에 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집값은 그야말로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폭 완화한 규제가 그제야 시장에 영향을 줬던 셈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부랴부랴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지만 큰 흐름은 이미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함께 주택 공급에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는데요.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향후 다시 집값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 시기에 이런 정책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당장은 연착륙을 위해 규제를 풀더라도 공급 기반을 닦아 놓는 등의 움직임은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은 대체로 단기에 효과가 나타나기보다는 서서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다가 어느 순간 통제 불능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집값 급등기에 주택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된 적이 많았던 만큼 당장 미분양이 조금 늘더라도 정부 차원의 공급량을 유지하면서 공공택지도 꾸준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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