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출시가 다가오면서 대상 주택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 부담이 큰 상황에서 4%대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달리 소득제한이 없고 DSR이 적용되지 않아 수혜 대상도 넓다.
다만 '급매'를 노리는 수요자들에게는 불리하다. 대상 주택 기준은 9억원 이하로 정했지만, 가격 책정 시 KB시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매매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으면 특례보금자리론을 받기 어렵다.
전국 주택 80%가 대상…확대되긴 했지만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을 접수한다. 주택가격과 소득에 따라 4.65~5.05%의 금리를 적용하는 고정금리 모기지론이다. 시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 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다.
수혜 대상을 대폭 넓힌 게 특징이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의 기준을 적용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DSR을 적용하지 않아 이미 대출이 있는 사람도 활용 가능하다.
대상 주택도 많이 늘어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재고아파트 중 새롭게 보금자리론 대상이 된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은 112만가구에 이른다. 특히 세종(46%)과 경기(31%), 서울(26%) 등에서 많이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에선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전체 34%(39만 가구)로 전국 비중(80%)에 비해 적다. 다만 기존 보금자리론으로 매수할 수 있던 주택이 전체 8%(9만7000가구)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이 4배 이상 커졌다. 이 중 대부분이 노원(22%)·도봉(11%)·구로(10%)에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보유 자금이 적어 매수를 결정하기 어려웠던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문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서울은 물론 이외 지역에 쌓여있는 9억원 이하 매물 거래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매물' 안되고 '고정금리'도 부담
다만 '급매'를 노리는 수요자에겐 활용도가 떨어진다. 매도자의 호가가 9억원 이하라도 KB시세가 9억원을 초과하면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다. 주택가격은 KB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 주택공시가격, 감정평가액 순으로 우선 적용된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호가가 떨어져도 실제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주일 주기로 조사하는 KB시세 특성상 실제 9억원 이하에 거래되더라도 시세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마포 상암월드컵파크9단지 전용 84㎡는 현재 호가가 9억원부터 시작한다. 지난 6일에는 이보다 낮은 8억원(9층)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25일 기준 KB시세는 10억1000만원으로 9억원을 초과해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다.
은평 '북한산푸르지오'와 강북 '꿈의숲 해링턴 플레이스' 전용 84㎡ 역시 최근 실거래가는 각각 8억5000만, 8억1000만원이고 호가도 9억원 이하에 형성됐다. 하지만 KB시세는 모두 9억원을 넘어 현재로선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이 아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KB시세가 매주 업데이트되긴 하지만 거래 1건으로 인해 큰 폭으로 조정되진 않는다"며 "서울에선 중대형 평형의 9억원 이하 매물을 찾기 어렵고, 소형 주택 혹은 서울 외 수도권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다소 낮아지고 있는 점도 수요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25일 기준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4~5.14%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도 주담대 금리 하단을 4%대로 낮췄다. 부담 완화를 위해 적용한 '고정금리'도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대출금리가 조금씩 낮아지는 분위기여서 4%대 대출금리가 향후에도 얼마나 큰 메리트로 다가올지는 미지수"라며 "이미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경우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