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후단지보다 오래된 아파트도 아닌데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을까요"
"특별법 발표도 늦어지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하면서 재건축 기대감도 함께 낮아졌어요."
정부는 전날(7일) 1기 신도시를 비롯해 노후계획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가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정부는 △공공성 확보 시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완화 △리모델링 증축 가구 증가 등의 특례를 지원한다.▷관련기사: 분당·일산 1기 신도시도 '용적률 500%' 넘본다(2월7일)
발표 직후 이번 대책의 수혜를 받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을 찾았다. 정자동 내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이나 중개업소는 이번 대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시장 분위기엔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도시 특별법에 관한 내용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부터 계속해서 나왔던 만큼,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우성아파트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상반기쯤에는 주민들도 재건축을 기대했었다"면서도 "특별법 발표가 늦어지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하면서 재건축 기대감도 함께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정든마을 신화5단지 인근 B 중개업소 대표는 "뉴스를 통해 특별법이 발표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매도·매수와 관련한 전화문의 등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특별법을 통해 발표된 '특례' 수준으로는 실질적으로 신도시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분당구 한솔마을 주공7단지 인근 C 중개업소 대표는 "준공 20년 이상 단지들도 재건축을 해준다고 발표는 했지만, 서울 노후단지보다 오래된 아파트도 아닌데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앞서 노후계획도시가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도시정비법'에서 정하는 기준보다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규모 기반 시설 확충과 같이 사업 공공성이 확보되는 경우에는 안전진단을 면제한다.
그러나 안전진단 항목 중 노후 단지들의 발목을 잡는 구조안전성 비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최우식 1기신도시범재건축연합회장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1기 신도시를 정비하기로 한 것에 대해 환영할만하다"면서도 "구조안전성 비율을 20% 이하로 축소하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1기 신도시 단지가 재건축 허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용적률을 상향한다고 해도 그에 따른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수준에 대해서는 발표된 바가 없다"며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에서도 예산 등을 준비해야 하는 데 이런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만난 분당구 정자동 주민들도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상록마을 우성 3단지에 살고 있다고 밝힌 주민 A씨는 "아무리 특별법이 발표됐다고 해도 최소한 앞으로 10년 이상은 걸리지 않겠냐"며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한솔마을 7단지 주민 B씨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5단지를 가리키며 "분당 주민 모두 재건축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저렇게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이 금방 가능할 거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분당 무지개마을 4단지는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이주를 시작했다. 이어 느티마을 3·4단지는 올 하반기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솔마을 5단지도 리모델링을 확정하고 추진중이다.
최근 공사비와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재건축 분담금을 걱정하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정든마을 신화5단지 주민 C씨는 "재건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들었다"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너무 많이 들지 않을까 먼저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