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완판입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번진 청약 한파 속에서도 때이른 봄바람이 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상남도 창원시인데요.
서울 등 수도권도 '미분양 털이'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창원에선 2000여 가구의 대규모 단지가 두 달여 만에 '완판'하는 등 분위기가 남다릅니다. 대체 비결이 뭘까요?
'새 아파트 살래요'…움직이는 실수요
금리 인상, 집값 하락 등으로 청약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창원에선 '완판 행렬'이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사화동에서 분양한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가 청약 시작(1월2일)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계약을 마무리했는데요.
이 아파트는 1블록 967가구, 2블록 998가구 등 총 1965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돼 전 가구를 분양하는 거라 미분양 우려가 일부 있었습니다.
그러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28.3대 1, 최고 98.7대 1로 높았고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정당계약을 거친 후 나온 잔여 물량도 지난 20일 모두 털어냈죠.
지난해 말에는 성산구 대원동 '창원 센트럴파크 에이린의 뜰'이 계약 시작 일주일여 만에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이 아파트 역시 1470가구 중 일반분양이 1107가구로 물량이 많았는데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전 가구가 주인을 찾았죠.
두 아파트 모두 대단지인 데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고 입지적 강점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청약 흥행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긴 한데요.
그렇다고 미분양 난 타지역 아파트들의 청약 조건이 크게 뒤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왜 유독 창원 분양 시장에 훈풍이 도는 걸까요?
그 배경에는 '공급 부족'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요.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창원시는 2017~2019년만 해도 매년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풀렸습니다. 아실이 집계한 창원시 연간 적정 수요(5012가구)의 두 배씩 공급된거죠.
그러나 2020년엔 3039가구, 2021년엔 903가구, 2022년 1045가구로 최근 3년간 공급 물량이 확 줄었고요. 올해 입주 예상 물량도 3936가구에 불과합니다.
공급이 적다 보니 새 아파트 희소성이 커지면서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더군다나 창원시에 따르면 창원은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비율이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라 신축 아파트 '갈아타기' 수요가 많다는 풀이도 나옵니다.
또 배후 수요가 많은 지역적 특징도 청약 시장에 계속해서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듯 한데요. 창원은 인구수가 100만명이 넘는(102만593명·1월 기준) 대도시인 데다 산업단지 등 일자리가 많이 몰려 있거든요.
여기에 지난해 6월 의창구(투기과열지구), 9월 성산구(조정대상지역)가 각각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것도 일대 주택 매수 심리에 영향을 미쳤고요.
'청약 탄탄대로' 계속될까?
이런 이유로 창원의 '청약 탄탄대로'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창원은 한동안 공급물량이 적어서 구도심 갈아타기 수요, 신축 아파트 수요가 많다"며 "아울러 마산, 진해와 통합되면서 생활권이 넓어져 주거 여건도 인근 도시에 비해 좋은 편이라 인접지에서 이동하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더군다나 현재까지 계획된 입주 물량도 예전처럼 많지 않고 올 2분기엔 정부가 예고했던 각종 규제 완화가 시행될 예정이라 한동안은 청약 결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고 창원에서 분양하는 모든 아파트의 전망을 '장밋빛'으로 보긴 힘듭니다.
부동산 상승기엔 시세차익 등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투자 등 가수요가 붙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침체기엔 실거주 수요 위주로 신중하게 움직이기 때문이죠.
지난해 9월 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 총 981가구 중 748가구를 공급한 '창원 롯데캐슬 하버팰리스'의 경우도 평균 21.5대 1의 높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요.
다소 비싼 분양가 등의 이유로 지금도 잔여 물량(가구수 비공개)을 선착순 분양하고 있습니다.
주택 매수 심리를 떨어트릴만한 요인도 여전하고요.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내리면서 매수 심리가 떨어진 가운데 자재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는 오르자 전국적으로 미분양주택이 늘고 있는데요.
창원은 오히려 미분양주택이 매달 감소하며 '청약 훈풍'을 보여주더니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창원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지난해 1월 713가구에서 매달 감소해 11월 416가구까지 떨어졌다가 12월 686가구로 전월 대비 64.9% 급증했습니다.
집값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창원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108.4에서 매달 올라 6월 111.3을 찍고 다시 내리막길을 타다가 올해 1월 98.9로 100선 아래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이에 창원 내에서도 지역이나 분양가 등 청약 조건에 따라 온도차가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여 수석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던 지역일수록 하락의 위험이 크고, 지방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분위기라 창원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지역별로 청약 흥행 여부가 갈릴 수 있고 특히 분양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