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동산 시장이 한동안 허덕이던 '미분양 무덤'에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거래량이 늘고 집값이 오르면서 미분양 가구수도 차츰 감소하는 추세인데요.
세종 등 일부 지역처럼 대구도 곧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옵니다. 그러나 아직 '공급 과잉' 영향을 받고 있는 데다 매수 심리도 회복되지 못해 봄을 맞기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전망입니다.
가격은 오르고 미분양은 꺼지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7일 기준) 대구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02%에서 0.03%으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이로써 대구의 집값은 2021년 11월15일(-0.02%)부터 1년9개월(90주)간 이어진 하락세를 멈췄는데요.▷관련기사:[팔도 부동산]'대대광' 이끌던 대구, 어쩌다 미분양 무덤으로(2월7일)
자치구별로 12주 연속 오름세인 달성군(0.19%)과 7월 셋째주 이후 3주 만에 상승대열에 합류한 중구(0.05%) 등이 전체 가격을 이끌었습니다.
최근 거래량이 일부 되살아난 영향인데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 6월 2264건으로 전월(2058건)보다 10%(206건) 늘어나며, 올 1월(874건)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분양권 전매 거래도 크게 늘었습니다. 6월 대구시 아파트 분양권 전매는 587건으로 전년 동월(126건)대비 5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대구의 분양권 전매 거래 건수는 지난 2021년 3월(717건) 이후 26개월 만인 올해 5월(591건) 500건을 넘긴 이후 두 달 연속 500건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멈추는 추세인 데다, 지난 4월부터 대구 지역 전매 제한이 3년에서 6개월로 완화된 영향 등으로 풀이되는데요.
'미분양 무덤'에서도 차츰 벗어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올해 들어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1월 1만3565가구 △2월 1만3987가구 △3월 1만3199가구 △4월 1만3028가구 △5월 1만2733가구 △6월 1만1409가구 등으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그 영향으로 주택 사업 경기도 회복되고 있는데요.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를 보면 대구는 7월 78.2에서 8월 100.0으로 상승폭이 21.8포인트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가 기준선(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의 비율이 높다는 뜻입니다.
공급 과잉 어쩌나
다수의 지표가 '상승' 쪽을 향하고 있긴 한데요. 불안 요인도 많습니다. 대구는 대표적인 공급 과잉 지역으로 여전히 주택이 남아 돌기 때문이죠.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매매가격 동향을 봐도 8월 첫째주 기준 대구 전체 가격은 올랐지만 공급 물량이 비교적 많은 서구(-0.16%)와 남구(-0.06%), 동구(-0.04%)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분양 가구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국 최다 수준으로 전체 물량(6월·6만6388가구)의 17.1%나 차지하고 있고요.
새 아파트 분양도 저조할 수밖에 없는데요. 다시 두 자릿수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과 달리 대구 청약 시장은 여전히 한파입니다.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전국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7.8대 1로 전월(7.1대 1)보다 큰 폭 상승했는데요.
서울의 경쟁률이 101.1대 1을 기록한 것과 달리 대구는 청약 시장이 안 좋아 분양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1~5월(부동산R114 집계) 누적으로는 512가구 공급에 13명이 1순위 청약해 0.03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고요.
신규 분양 자체가 얼마 없었는데요. 대구에서 4개월만에 선보인 아파트인 달성군 '대실역 블루핀'의 경우 5월 1순위가 0.1대 1이라는 처참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예정됐던 신규 공급도 뒤로 밀리고 있는데요. 6월만 해도 수성구 황금동 '호반써밋골든스카이' 677가구, 만촌동 '청구매일맨션재건축' 54가구 등의 분양이 연기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선 이처럼 공급이 위축된 게 향후엔 희소성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는데요. 다만 그로 인해 '상승세 굳히기'에 들어가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구는 내내 공급 과잉이 있었고 미분양도 여전히 많기 때문에 한동안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최근 늘어난 거래량도 미분양 된 아파트를 저렴하게 사는 식의 급매물 소진 거래 위주"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만 지금 대구에서 인허가 물량이 안 나오고 공급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공급이 부족해지는 3~4년 후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가 '귀한 몸' 평가를 받으면서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