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최근 청약 경쟁률이 상승하는 등 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든 서울과 달리 다른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규제 완화 효과가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방의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서울에는 휘경3구역, 이문 1·3구역 등 대단지 분양이 이어진다. 이들 단지로 청약수요가 몰리면 비서울 단지들의 미분양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청약 수요 회복은 '서울만'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 A56블록은 10개 주택형 중 4개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총 435가구 모집에 377가구만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0.87대 1이었다. 앞선 특별공급에선 57가구 모집에 단 2명만 신청했다.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 A56블록'은 경기 화성시 동탄2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서는 800가구 규모 단지다. 이중 7개 동, 437가구를 우선 분양했다. 나머지 363가구는 오는 8월 분양할 예정이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인천 '검단신도시 금강펜테리움 3차 센트럴파크'는 간신히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803가구 모집에 1699가구가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2.1대 1이다. 전용 84B를 제외한 다른 주택형은 모두 2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 단지 역시 특별공급에서 미달이 절반 넘게 발생해 남은 물량이 일반공급으로 넘어왔다. 특별공급은 총 500가구 모집에 246가구가 신청했다.
비수도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달 초 분양한 아파트들은 1·2순위를 합한 청약자 수가 한 자릿수에 그친다. 전남 '담양센트럴파크 남양휴튼'은 71가구 모집에 총 10명이 신청했고, 경북 '경산서희스타힐스'는 64가구 모집에 5가구가 청약하는 데 그쳤다.
최근 청약 경쟁률이 폭발한 서울과 딴 판이다. 이달 초 서울에서 분양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는 각각 특별공급 경쟁률이 57대 1, 5대 1에 달했다. 이어진 1순위 청약도 각각 198대 1, 11대 1로 마감했다.
비서울 분양시장 계속 고전할 듯
청약시장이 서울과 비서울로 양분된 건 올해 초 서울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다. 1월 초 강남·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할 필요가 없어졌고, 재당첨 제한도 사라졌다.
특히 이달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1주택자는 청약에 당첨돼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 1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방 부동산시장에선 그나마 남아있던 수요조차 서울에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주택시장 침체로 매수심리가 급감한 가운데 서울 부동산을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생각하는 수요자가 많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유주택자, 지방 거주자 등이 유입돼 미분양 우려가 상당히 낮아졌다"며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지역에선 입지에 대한 양극화가 커진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서울에는 작년부터 미뤘던 공급이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에 지방에는 미분양 우려가 연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에는 대단지 분양이 계속될 예정이다. 이달 '휘경자이디센시아(1806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며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 '이문아이파크자이(4321가구)' 등도 연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강남에선 '청담르엘(1261가구)',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 등이 분양 채비 중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둔촌주공이나 장위자이 레디언트 등이 분양을 사실상 마치면서 서울 분양시장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휘경자이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 수요자들이 앞으로 나올 서울 단지에 더 확신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