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은 매 선거판의 성패를 가르는 상징적인 지역으로 여겨진다. 수도권 면적은 전체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전체 선거에서 승리했더라도 수도권을 차지하지 못하면 온전히 이겼다고 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한 대규모 개발 공약을 내놓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일단 여당인 국민의힘이 먼저 이슈를 점했다.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을 꺼내 들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남과 구리, 과천, 광명 등 서울 인근 지역들을 포괄하는 메가시티 서울로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메가 서울]③구리·하남에 의정부도?…대확장 판 커진다(11월 9일)
국민의힘, 김포 이어 구리·하남 등으로 판 키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뉴시티 특별위원회 프로젝트 세미나'에서 "국민의힘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목표를 갖고 뉴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김포 주민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바로 서울 편입이라는 확신을 갖고 계획을 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포시민의 높은 기대는 물론 주변 도시인 구리, 과천, 고양, 하남 이런 곳에서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안다"며 "(메가시티는) 수도권 운동장 안에서 금을 긋는 문제로 수도권 확대도, 비수도권 차별도 아니고 수도권 재편을 통해 수도권 경쟁력을 높여 국부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월 말 김포시 서울 편입론을 들고나온 데 이어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로 판을 확대하며 이슈를 키워가고 있다. 실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병수 김포시장을 시작으로 백경현 구리시장과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등을 줄줄이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민의힘은 도쿄와 런던 등을 예로 들며 도시 광역화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더그레이터 런던'이나 일본의 '도쿄도', 프랑스의 '그랑파리' 등이 주요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서울 역시 이 도시들처럼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부동산 시장도 잠잠
하지만 메가시티 서울이 선거 정국의 주요 이슈로 부각하긴 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분위기다. 정책 논의가 이제 막 시작한 데다가 실제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영향이다.
일단 같은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 광역단체장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경우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정치공학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서울을 더 비대화시키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태흠 충남지사도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의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나 주택 수요자들 역시 과연 서울 편입이 현실화할지에 대해서 아직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당장 아파트값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20일 기준) 해당 지역들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들쑥날쑥한 모습이다. 우선 김포의 경우 전주에는 서울 편입론이 주목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이 하락(-0.04%)했는데 셋째주에는 0.03% 상승했다. 구리의 경우 전주 0.02%에서 0.07%로 상승 폭이 커졌다.
반면 하남은 같은 기간 0.18%에서 0.17%로 상승 폭이 줄었고, 과천 역시 0.10%에서 0.04%로 상승세가 둔화했다. 이 지역들의 경우 그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온 만큼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불확실성 커…선거 뒤 진척돼야 주택 시장 반응"
전문가들은 메가시티 서울 논의가 초반 이슈 선점에는 성공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 전반의 침체가 다시 시작하면서 이런 개발 이슈 역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김포시 서울 편입론은 처음에는 이슈몰이에 성공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반대 여론도 있다 보니 김포 시민들도 이게 결국에는 총선용이 아닌가 하는 반응이 늘고 있다"며 "특히 지금은 집값 상승기가 아니다 보니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런 공약의 경우 집값이 올라갈 때는 시장을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특히 일부 지역이 서울로 편입된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입지 등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게 아니다 보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가시티 서울 담론이 총선을 앞두고 나온 이슈인 만큼 당장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게 대다수의 전망이다. 실제 정책이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선거 이후 공론화 등을 거쳐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이후에야 주택 시장이 반응할 거라는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주택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데다가 현실화 가능성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요자들도 섣불리 움직일 필요는 없다"면서도 "이 이슈가 완전히 수면 아래로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진척 상황이나 선거 결과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가시티론이 서울과 수도권의 공감을 얻어 여당이 승리할 경우 논의가 더욱 진척될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반대로 야당이 이길 경우 더 이상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