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제2의 코엑스' 꿈꾸는 가양동 CJ부지…PF가 관건

  • 2024.01.12(금) 12:12

1블록 스타필드빌리지, 2·3블록 지식산업센터
소송전 가나 싶더니…구청장 교체 후 사업 속도
입지도 현대건설도 우량하지만 업황은 '흐림'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제2의 코엑스'를 표방한 복합 상업시설이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가 4조원에 달하는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 프로젝트다. 전임 구청장과 갈등을 빚으며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가 최근 개발허가를 받아 이르면 오는 7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CJ 부지는 마곡지구와 올림픽대로 접근성이 좋아 강서권역의 핵심으로 꼽히는 '노른자 땅'이다. 그만큼 높은 사업성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다만 최근 지식산업센터 투자수요가 급감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건설업계 전반에 번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강서 가양 CJ공장부지 위치도 /그래픽=비즈워치

지자체장 리스크 끝…다시 뛰는 CJ부지 개발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 4일 '가양동 CJ공장 부지 3개 블록 개발'을 허가했다. CJ공장 부지 개발은 총 사업비 4조원 규모로,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9만3683㎡ 부지에 업무·판매·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1블록엔 스타필드빌리지, 2·3블록엔 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선다.

CJ공장 부지는 인창개발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꾸리고 2019년 1조500억원을 들여 CJ제일제당으로부터 매입했다. 2021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승인, 2022년 건축협정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던 중 지난해 2월 돌연 인가가 취소됐다. 김태우 당시 강서구청장이 담당자 전결 및 소방 관련 부서 협의를 문제 삼은 것이다.

당시 강서구청은 "건축협정인가가 접수됐을 당시 허가권자인 구청장에게 보고 또는 어떠한 회의도 없이 담당 사무관 전결로 처리해 깊이 있는 검토를 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이후 안전에 대한 재검토를 위해 협정인가를 취소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에 불복한 인창개발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로 구청장이 교체되자 소송을 취하했다. 새로 취임한 진 구청장이 지난해 10월 CJ공장 부지 2블록 개발을 '1호 결재'로 선택한 데 이어 이번에 1·3블록 개발 허가까지 마쳤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철거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시행사가 8월 착공을 예정하고 있다. 건축허가가 끝났으니 관련 서류를 갖춰 착공신고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CJ부지 개발 사업은 오는 6월 토양정화 1단계 작업을 거쳐 7~8월께 착공에 돌입한다. 2028년말 완공 예정이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일대 CJ공장 부지 모습. 성재중학교 뒤편으로 보이는 부지는 현재 철거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사진=김진수 기자

지식산업센터 꺾인 데다 태영 리스크까지…

문제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업황이 녹록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한창 인기를 끌던 지식산업센터가 공급 과잉에 직면했고 태영건설 등 건설업계에 PF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CJ 부지 개발이 순탄할지는 미지수가 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분양가격은 2021년 대비 최대 125% 상승해 투자수익률이 급락한 상황이다. 전국 미착공 지식산업센터 면적은 약 1500만㎡로 기존 공급면적 대비 54%가 공급대기 물량으로 남았다.

이 연구소 손정락 연구위원은 "금리상승과 고분양가로 인해 국고채 미만의 수익률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산으로서 매력도가 크게 저하됐다"며 "상당수 PF가 개발사업 수익성 악화로 브릿지론 단계에 묶여 부실화가 예상되는 등 신규 공급 감소도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도 "지난해 1~2분기 연속 상승하며 시장회복 기대감을 키웠던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가 3분기에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1000건을 밑돌았다"며 "수급 불균형 심화와 금리인상 여파로 임대수익이 감소해 지식산업센터의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이 신용등급 AA-의 우량 건설사이고, CJ부지의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만큼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을 빚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규모가 크고 요새 PF 금리가 높다 보니 공정에 따라 여러 차례 나눠 본PF로 전환하게 된다"며 "안정적인 신용등급으로 연 7%대 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큰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서구 중에서도 CJ 부지는 '노른자 땅'이다. 같은 준공업지인 구로구보다 입지가 좋고 마곡과의 연계성도 뛰어나 준수한 분양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이 안 돼 자금회수가 어려운 지방 대비 우량한 사업지로 평가받는 만큼 PF 우려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2022년까지 유행하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공급과잉과 고금리 탓에 찬 바람이 부는 데다 PF마저 최악의 상황"이라며 "2~3년 전이라면 대박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업을 처음 추진했을 때보다 공사비가 3~40% 더 올라 저렴하게 공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입지는 좋지만 분양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