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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정비 챌린지]④'주택연금'이 지렛대 될까

  • 2024.12.06(금) 08:05

고령층 참여 유인 키우려 주택연금으로 분담금
신속추진 위해 '정비사업'도 인출할 수 있게
노후 생활자금까지 당겨쓰지만…부족할 수도?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분담금'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연금' 동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삼은 정부가 사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택연금으로 재건축·재개발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와 비교해 고령화율이 6~10%포인트 이상 높다. 은퇴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현금 동원력이 낮을 수 있다는 얘기다. 높아진 공사비에 '공짜 재건축'은 옛말이 됐다. 더욱이 선도지구 선정 경쟁과열로 공공기여를 대폭 늘리면서 추가 분담금 마련이 사업추진 난제로 꼽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분담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추가된 만큼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차후 필요한 '노후 연금 자산'을 미리 당겨써 '노후생활 자금 부족' 등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액연금 개요/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주택연금으로 분담금 내면…'새집'?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1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다. 지난 8·8대책(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후속 방안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주택연금을 이용해 재개발·재건축 분담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달 23일까지 입법예고 후 규제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대통령 재가 후 공포·시행된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 이유를 "1기 신도시처럼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의 고령층이 주택연금을 활용해 재건축 분담금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주택연금에서 목돈을 한 번에 인출(대출)할 수 있는 '개별인출' 목적에 '정비사업 분담금 납부' 사유가 추가된다. 인출 금액도 대출한도의 최대 50%에서 70%까지로 확대된다. 적용 대상은 △재개발·재건축 △리모델링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등이다. 

주택연금은 보유한 실거주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을 매달 일정한 금액으로 평생 혹은 일정 기간 연금처럼 받도록 한 제도다. 이름은 '주택연금'이지만 실상 '대출' 상품이다. 돈을 먼저 빌려 나중에 갚아나가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반대로 주택을 담보로 먼저 제공하고 대출금을 나중에 나눠 받는 '역모기지'다. 

지난 2007년 7월 처음 도입 후 현재(올해 9월 말) 누적 기준 가입 건수는 13만2294건이다. 만 55세(부부 중 연소자 기준) 이상, 부부합산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시세 기준으로는 약 17억원 수준이다. 다주택자도 합산가격 기준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면 실거주 주택을 대상으로 가입할 수 있다. 

월 지급액은 시세 최대 12억원을 기준으로 나이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지급 중단 위험이 없고 사망 시까지 평생(종신형) 받을 수 있다. 사망 후 연금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해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으며, 집값이 받은 연금액보다 높아졌다면 차액을 상속인에게 지급한다.

주액연금 월지급금 예시/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단, 주택매매·거래가 제한되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전에만 가입할 수 있다. 분양대상자별 분담금 추산액은 사업시행인가 이후 나온다. 1기 신도시의 선도지구라면 관리처분계획인가 전 주택연금 가입 시 분담금이 나오면 '개별인출'을 통해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분담금 납부가 필요한 경우 분담금 고지서 등 증빙자료와 함께 개별인출을 신청하면 심사 후 지급할 예정"이라며 "은퇴 후 소득이 없어 분담금 납부를 위해 높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고령층에게 이자 감소를 통해 소득 안정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억짜리 집 분담금 '3억'?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시가격은 분당 양지마을 및 시범단지 일부 대형주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2억원 이하다. 주택연금 활용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세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분당 일부를 제외한 전용면적 84㎡의 경우 10억~12억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 샛별마을 라이프 전용 84㎡가 12억4000만원, 시범 우성 전용 75㎡는 지난 10월말 12억7500만원에 손바뀜했다. 평촌신도시 꿈마을 한신 전용 96㎡는 지난달 12억1000억원에, 꿈마을 라이프 전용 84㎡는 지난 6월 10억원 안팎에 거래됐다. 

주택연금을 운영 중인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10억짜리 주택을 보유한 65세 가입자(종신 지급방식)가 분담금 납부를 위해 신청할 수 있는 개별인출 한도(대출한도의 70%)가 3억1500만원이라고 밝혔다.

개별인출 금액이 없다면 주택연금으로 매월 240만원씩 받을 수 있지만, 분담금을 위해 개별인출을 하게 되면 월 지급금은 72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기존에 생활자금 등 이유로 주택담보대출이 있었다면 모두 청산 후에야 가입할 수 있어 월 지급액은 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 후 분담금 납부(개별인출)까지 기간이 길어지면 그사이 월 지급액(대출액)이 늘어 개별인출 금액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시세 10억원짜리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해도 분담금 3억원을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초과 분담금, 이주비는 '알아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별로 차이는 있지만, 시장에서는 분담금이 적게는 1억~2억원, 많게는 5억~6억원대까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평수가 작아 평수를 늘리려고 하거나 공공기여가 많고 대지면적이 좁은 곳 등은 상대적으로 추가 분담금이 더 들 수도 있다. ▷관련기사 : [신도시 정비 챌린지]③그래서 분담금은요?(12월4일)

공시가격 12억원을 넘는 대형 주택의 경우 아예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또 정부가 새로운 방안을 내놨다지만 '주택연금'만으로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주택연금에 가입하게 되면 주금공이 아파트 선순위 담보권자가 되는 만큼 조합을 통한 △이주비 대출 △추가 분담금 대출 등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 시 이주비 대출 등은 개인적으로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인출로 조달한 분담금이 부족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택연금은 총 인출 한도가 정해져 있어 추가인출이 어렵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의 경우 인출 한도가 대출한도의 최대 90%까지 가능하지만 "과도한 대출잔액 증가 억제를 위해 70% 수준으로 제한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만으로 분담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각한 것만큼 인출이 안 나올 수도 있고 인출한도를 초과하는 분담금과 이주비를 자력으로 조달해야 하는 점도 생각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분담금 조달방법이 추가로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분담금 마련을 위해 주택연금을 당겨쓰라고 제시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돼 보인다"라며 "자칫 노후생활 자금이 훼손될 수도 있어 너무 무리하게 1기 신도시 선도사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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