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청약의 청약 자격을 손본다. '수십만대 1' 경쟁률로 시장 과열을 부추기지 않도록 '무주택' 요건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부정 청약을 막기 위해 부양가족, 실거주 여부 등에 대한 확인 절차도 강화한다.
다만 이들과 함께 개편 요구가 컸던 청약가점제에 대해선 별다른 검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지방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를 연내 지정하고, 신축매입임대는 착공 시 대금을 선제 지급하는 등 주택 공급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넣고 보자' 무순위청약 막 내리나
국토교통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국토교통부 핵심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과제는 △안전한 대한민국 조성 △서민 주거안정 강화 △경쟁력 있는 지방시대 △교통서비스 강화 △국토교통 산업 혁신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정부는 이를 부처 합동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논의했다.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돌입, 초대형 항공사고 탓에 통상 연초 있는 부처별 '업무보고'를 이런 형식으로 대체했다.
문성요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은 "흔들림 없는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통해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맞춤형 주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해 청약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던 줍줍과 부정 청약 문제를 손보기로 했다. 우선 무순위청약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2월중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무순위청약은 미분양이 생겼거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했거나, 입주자 선정 이후 부적격 등으로 인해 계약이 취소된 잔여 주택의 수분양자를 다시 정하는 제도다. 계약취소 무순위청약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는 청약에 제약이 거의 없다.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으며, 국내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지 및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이에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무순위청약에 몰리면서 일부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
▷관련기사: [집잇슈]'전국민 투기' 조장한 무순위청약 앞날은?(2024년 9월9일)
[2024 부동산 결산]④'로또판' 청약시장의 끝은?(2024년 12월30일)
지난해 7월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청약은 전용 84㎡ 1가구 모집에 294만4780명이 몰려 홈페이지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 나온 물량은 2017년 최초 분양가로 분양해 시세 대비 10억원이 저렴하다고 평가됐다.
이에 국토부는 무순위청약 때 '무주택' 조건을 달기로 했다. 거주지 요건도 검토 중이다. 김헌정 국토부 주책정책관은 "무주택자 요건을 넣고 그 외에 지역을 제한하려고 한다"며 "어떤 식으로 지역 제한을 할지는 고민하고 있다. 2월에 상세히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제2의 원펜타스' 그만…부정청약 막는다
'부정 청약'을 막기 위해 부양가족, 실거주 여부 등에 대한 서류 징구 및 확인 절차도 강화한다. 청약 가점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위장 전입 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직계존속 부양을 인정하는 기준은 '3년 실거주'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상 전입만 해놓고 실제로는 따로 살면서 가점만 올리는 가구가 있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8월 청약자를 받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이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20억원가량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몰이했다.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527 대 1에 달했고 청약 가점 만점 통장도 3개나 나왔다. 청약 가점 만점(84점)을 받으려면 7인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으로 버텨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최저 당첨 가점도 137㎡ B형(69점) 한 개 타입을 제외하고는 모두 70점을 넘겼다.
이 같은 청약 당첨 결과가 발표되자 위장 전입 의심이 불거졌고, 청약 낙첨자 위주로 국토부와 지자체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국토부가 부정청약 전수 조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가점 만점?' 래미안 원펜타스 당첨자 전수조사한다(2024년8월21일)
국토부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장 전입한 여러 사례들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보완할 수 있을지 내부 검토했다"며 "서울 주요 단지들은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통해 확인했는데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3년치를 추가로 확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장 전입해도 직계존속이 병원이나 약국은 원래 사는 곳에서 다니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거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 주요 청약단지에선 다 서류 징구해서 조사 중인데, 그 부분을 법제화해서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록을 받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청약 가점제 자체를 손보진 않는다는 방침이다. 무순위 부작용 등과 함께 청약 가점제도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점제는 워낙 많은 분들이 관련돼 있고 이해 관계가 복잡해서 지금 그걸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해드리긴 어렵다"며 "문제 의식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신축매입 착공 앞당겨 공급 가속
국토부는 단기간에 신속한 주택 공급을 추진하기 위해 '신축매입임대' 카드를 활용한다. 착공 시 대금을 선제적으로 지급하고, 입주자 모집 시기도 '준공 후'에서 '착공 후 3개월'로 조기화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약정을 체결한 4만2000가구도 상반기 중 최대한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질 심의 과정에 있는 1만가구 정도는 1월중 약정 체결해서 상반기 중 신속 인허가 돼서 착공 이뤄져 신속하게 임대인 모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위축된 민간의 주택공급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공공주택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2000가구를 공급키로 했다. 건설형 주택은 지난해보다 2만가구 이상 늘어난 7만4000가구를 착공한다. 인허가, 착공 효과를 조기에 체감할 수 있도록 계획 물량의 20%를 상반기 내 완료할 계획이다.
3기신도시 8000가구를 포함해 2만8000가구의 공공주택 본청약도 추진한다. 의왕군포안산 등 16만6000가구 지구계획 승인, 용인이동·구리토평 등 7만1000가구 지구지정에 나선다. 상반기 중 수도권에 3만가구 규모의 신규택지도 발표한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는 재정비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연내 특별정비계획 수립을 완료하고, 지방 노후계획도시 등에 대해서도 연내 선도지구 선정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지방 14곳에서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본 계획이 나와야 연차별 정비 물량도 나온다"며 "그중 가장 속도가 빠른게 부산이라 제일 먼저 선도지구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침체한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미분양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CR리츠에 모기지보증 한도를 상향(감정가 60%→70%)하고, 심사 절차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HUG)한다. 아울러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추이를 보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및 임대주택 활용방안도 함께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