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시의 강남지역(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한달여 만에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비롯한 용산구 등 규제지역 전체 아파트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한다. ▷관련기사: 토허구역 해제…'잠삼대청' 웃고 '압여목성' 울었다(2월12일)
강남을 중심으로 지펴진 집값 급등 불길이 서울 전역으로 퍼지면서 주택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봐서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뒤집힌 정책 급변에 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푼지 1개월만에…강남3구·용산 전체 재지정
국토교통부, 서울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 모여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발표했다.
토허구역 확대 지정 대상은 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에 제한적으로 적용했다가 지난 2월 푼 것을 강남구와 송파구 전역으로 확대하고 반포, 한남동 등 고가 주택지를 품은 서초구, 용산구도 새로 포함한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서울, 수도권 주요지역 주택가격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며 주변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라며 "급격한 변동성으로 주택시장 불안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주거안정에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토허구역 지정 시 효력발생까지 5일이 걸리는 만큼 지정 효력은 오는 24일부터 발생한다. 정부는 9월30일까지 약 6개월간 지정 후 필요시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가 추가 해제를 검토했던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및 신통기획 단지 등은 시장 과열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시장과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인근지역 추가 지정을 비롯해,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지정돼 있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부동산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화한다. 다주택자·갭투자자와 관련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하향도 5월로 앞당긴다.
투기수요, 불법행위 등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대응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합동점검반을 가동하고 이상거래와 집값 담합 등을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편법대출·허위신고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기획조사, 자금출처 수시 조사도 실시한다.
박 장관은 "정부 최우선 정책목표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이라며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주거 안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투기 수요를 근절하는 등 책임감 있는 시장관리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해 나가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허구역 해제 후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커진 지적을 겸허히 받아드리고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규제는 불가피할 경우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독점·투기 등 시장 왜곡 시 정부 개입이 필요한 만큼 비정상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 혼란"
하지만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오락가락하는 정책과 관련해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3구와 용산지정은 시장의 반발을 크게 살 수 있는 수준의 엄청나게 강력한 규제"라며 "단기간 시장의 반발이 클 수 있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투자수요가 상당히 위축되는 한편 마포, 성동, 과천 등 차상급지 풍선효과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준금리 연속 인하, 은행 대출 연초 재개 시점에서 지난달 토허제 해제는 시기적으로 좋지 않았다"며 "강남에서 마용성, 한강벨트에 이어 과천·하남·성남·용인 등 서울 부도심 아파트, 경기 남부 인접지역으로 불안심리가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토허제 관련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한 질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다만 재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빠른 조치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 용산 일대 갭투자(전세 낀 매매) 수요와 '포모(fear of missing out)' 수요가 당분간 줄고 거래 시장도 주춤할 것"이라며 "23일까지 거래계약서 작성까지 적용을 받지 않아 거래를 취소하거나 거래 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장 혼선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등 수요가 분산돼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토허제는 과도한 규제라는 인식이 그동안 계속 있었고 서울시에서 올해 초 시장이 안정세를 보인다고 판단해 해제 의사를 밝혔다"며 "국토부에서도 사전 논의 당시 부동산 수요가 급격히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는 전달했지만 지정·해지에 대한 지자체 고유 권한이 있는 만큼 자율성은 보장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