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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개혁 1년]③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 2014.06.03(화) 09:30

국회 조세개혁소위 1년 만에 해체…"논의만 하고 끝"
정부도 추가 개혁안 발표 고민…중장기 과제로 남길 듯

과거 정부의 초기 조세개혁 작업은 선굵은 정책들로 국민들에게 확실한 임팩트를 심어줬다. 참여정부 첫 해였던 2003년에는 재벌과 부유층을 겨냥한 증여세 포괄주의와 부동산 세제 강화, 자영업자의 세원 노출을 위한 현금영수증 도입 방안이 나왔다. 5년 후 이명박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제 등을 모두 줄이는 사상 최대의 감세 정책으로 포문을 열었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조세개혁은 이전 정부에 비해 더딘 속도를 내고 있다. 대선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놓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대책은 오래 전부터 정부가 외쳐온 구호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는 근로자의 연말정산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안 정도만 '개혁' 수준에 근접했을 뿐이다.

 

기재부가 세법개정안과 함께 패키지로 내놓은 중장기 조세개혁은 방향만 설정해놓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논의한 조세개혁도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개선 과제를 청취하는 선에서 끝났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미래를 준비하고 싶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 형국이다.

 

◇ 8번 만나고 헤어진 국회

 

세법을 심사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조세개혁소위원회를 구성해 중장기 조세정책에 대해 토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정식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새누리당 안종범·김광림·나성린·류성걸,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박원석,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나섰다.

 

여야가 선정한 각계 조세전문가 16명이 자문위원으로 조세개혁에 대한 의견을 냈다. 회의는 총 8차례가 열렸고, 지난 4월 열린 조세개혁소위를 끝으로 사실상 해체됐다. 마지막 회의에서는 파생금융상품에 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자는 의견을 채택했는데, 이것이 소위의 유일한 결과물이었다.

 

조세개혁소위는 애초부터 법률안에 대한 의결권이 없었기 때문에 조세체계 전반에 대한 의견만 나누는 자리였다. 소위가 구성된 직후 대학교수 등 자문위원들은 조세제도의 문제점이나 개선과제를 지적했지만, 이렇다할 합의나 결정은 없었다.

 

기재부와 국세청, 관세청 간부들을 불러 세제개편안의 기조와 지하경제 양성화 진행상황을 보고받기도 했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와 자녀양육 관련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금융소득 과세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국내 자본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아 파생금융상품에 과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기존에 국회에 제출된 거래세 방식 대신 양도세가 조세의 원칙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파생금융상품 양도세 과세는 연말 국회에서 조세소위원회를 거쳐 기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등의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 출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낼까 말까?"…정부도 고민중

 

정부는 지난해 8월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원칙에 입각한 세제의 정상화'를 화두로 던졌지만,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에 대한 개편 계획은 '예시' 수준으로 남겨뒀다.

 

이명박 정부 5년을 괴롭혔던 '부자 감세'의 여파로 증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중 세목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늘리는 방안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상속증여세와 법인세 완화 계획도 부유층과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가 부담스럽다.

 

집권 2년차인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조세개혁의 색채를 입힐지도 주목된다. 기재부는 여론 동향을 살피면서 올해 조세개혁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중장기 과제로 남겨둘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6.4 지방선거후로 예상되는 개각에 경제팀의 전면적인 물갈이가 있을지 여부도 조세개혁의 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나 금융소득 과세 등 개혁 수준의 방안을 이미 내놓은 상태"라며 "올해는 당장 세율 인상을 발표할 입장도 아니라서 조세개혁안을 추가로 내놔야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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