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유독 탈세의 오명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잦은데요. 탈세의 방식은 소득을 줄이거나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수입원이 워낙 다양하고 비용으로 처리할 부분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세금을 계산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탈세를 자행한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몰랐다" 혹은 "세무대리인의 착오였다"고 주장합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탈세를 저지른 연예인은 상당히 많습니다. 1990년대 말 가수 김건모·신승훈 씨가 비용 과다계상으로 국세청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했고, 수억원의 추징금을 냈습니다. 한류스타 배용준 씨는 필요경비를 부풀렸다는 혐의로 20억원의 종합소득세를 부과받은 후, 법원에 소송까지 냈지만 결과를 뒤집진 못했죠.
2011년에는 국민MC 강호동 씨와 가수 인순이, 배우 김아중 씨가 탈세 혐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최근에는 배우 송혜교 씨가 수십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들과 다르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납세자의 권리를 찾으려했던 연예인들도 있었지만, 과세당국은 좀처럼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 서태지의 컴백 계약금
1996년 2월 가요계 은퇴를 선언한 서태지 씨는 이듬해 10월 삼성전자와 전속계약을 맺고 컴백을 준비합니다. 1년6개월간의 전속가수 계약과 음반제작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는데요. 이 가운데 15억원의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국세청은 2001년 서 씨의 세금 부과가 잘못됐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1억5000여만원을 추징합니다. 그가 받은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서 씨는 가수활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삼성전자로부터 딱 한번에 15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기타소득'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이나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힙합그룹 에픽하이와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소속사로부터 받은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처리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불복청구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 연예인들의 세금 문제는 감사원에서 뒤늦게 지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서태지 씨를 비롯해 최근 송혜교 씨까지 모두 국세청의 부실과세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는데요. 만약 감사원이 없었다면 그들의 세금은 아무도 모르게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톱 여배우의 파혼 위자료
톱 여배우 A씨의 사연도 구구절절합니다. 지난 2000년 A씨가 한 기업가와 결혼을 약속했다가 파혼하면서 받은 위자료에 대해 국세청이 증여세를 매긴 겁니다. 원래 위자료에는 증여세가 매겨지지 않지만, A씨의 경우 파혼 직전 부동산을 건네받은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A씨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점이 많았는데요. 기업가는 한 차례 결혼한 사실도 숨기고 자신의 나이도 10년이나 속이는 등 A씨에게 상처를 안겼죠. 다행히 결혼 전에 진실을 알게 되면서 A씨는 기업가와의 교제를 중단하게 됩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기업가는 A씨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서울 강남 지역의 다가구주택을 넘겨줍니다. 이 부동산은 당시 시가 8억원에 월 500만~60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리던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A씨 동생의 미국 유학 비용까지 부담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국세청은 A씨에게 온정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A씨가 파혼이 확정되기 전에 부동산을 이전받았고, 단순 위자료라고 보기엔 액수가 너무 크다는 이유였죠. 결국 A씨는 기업가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셈이 됐고, 심판원에 낸 불복 청구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 현재 A씨의 심판청구 내용은 조세심판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문서번호를 통해 검색해도 '자료 준비 중'이라고만 나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결정문을 삭제했거나,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했을 수도 있는데요. 세금 불복에 나선 납세자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어느 정도로 공개되고 있는지 한번쯤 확인해볼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