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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더힐 '귀족 임대' 편법 증여 잡혔다

  • 2014.11.28(금) 15:00

국세청, 고액 보증금 받은 자녀에 증여세 추징
부모의 '명의신탁' 주장도 거짓…탈세 관행 '제동'

초호화 임대아파트 '한남 더 힐'에서 고액의 보증금을 편법 증여로 악용한 입주자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한남동 부촌에 위치한 '한남 더 힐'은 2009년 입주자 모집 당시 최고 25억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으로 화제를 모은 곳이다.

 

2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한남 더 힐에 거주하는 오모씨(34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수억원의 증여세를 통지했다. 오씨는 국세청 과세에 불복해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최근 조세심판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고액 전세를 이용한 편법 증여에 대해 강도 높은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주요 지역의 10억원 이상 전세입자 56명에게 12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올해는 경기 분당과 판교 등 수도권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한남 더 힐' 아파트

 

◇ 수상한 입주자 '포착'

 

금호건설이 시공을 맡은 '한남 더 힐'은 2009년 2월 입주자 모집 단계부터 범상치 않았다.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 전환'이라는 옵션을 제공했는데, 투자 가치를 높게 산 자산가들이 몰리며 최고 5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주자들은 취득세는 물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까지 세금 부담이 전혀 없다는 메리트가 있었고, 청약 통장도 필요 없다는 점에서 편법 증여를 노린 부유층이 자녀 명의로 대거 참여했다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한남 더 힐'의 입주자가 편법 증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입주자가 거액의 보증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었는지 나이와 직업, 소득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던 도중 오씨가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30대 초반의 여성 직장인으로 월급이 많지도 않았던 오씨가 284㎡(85평) 아파트의 20억원대 임대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했다.

 

오씨는 20대 중반이었던 2004년에도 132㎡(40평) 신축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아버지로부터 자금을 물려받고 증여세를 내지 않은 '전과'가 있었다. 국세청의 거듭된 추궁에 오씨는 '한남 더 힐'의 보증금도 부모로부터 증여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 그녀의 변명 '명의신탁'

 

그런데, 오씨는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 통지서를 받은뒤 갑자기 말을 바꿨다. 부모로부터 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명의신탁' 받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원래 부모의 소유인데, 사정이 있어 잠시 명의를 빌려서 살았다는 얘기였다.

 

그녀의 사연은 구구절절했다.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못해서 노후를 보낼 장소를 알아보던 중 '한남 더 힐'의 입지가 마음에 들었고, 일단 임차해 살아본 후 분양받기 위해 어머니가 시행사(한스자람)와 계약한 것이라고 했다.

 

마침 오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어 신혼살림집에 대해 걱정하던 상황이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어머니가 한시적으로 '한남 더 힐'에 들어와 살도록 배려를 해줬다는 것. 다만, 딸의 이름으로 명의변경을 해야 보증금을 떼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부득이 명의신탁을 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이미 132㎡(40평) 아파트를 갖고 있던 오씨는 담보 여력도 충분했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임대보증금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녀가 무상으로 얻은 이익은 보증금이 아니라 부모가 잃은 기회비용, 즉 대출 이자 정도만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 국세청 "모두 다 거짓말"

 

국세청은 오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미 오씨의 부모는 2009년 초부터 다른 신축아파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한남 더 힐'을 거주 목적으로 임차했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력가인 오씨의 부모가 성형외과 의사를 사위를 맞게 되면서 딸에게 고가의 신혼집을 마련해 준 것으로 판단했다. 사위가 무주택자라는 점도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자금 출처 조사에서도 그녀의 거짓말은 속속 드러났다. 2009년 9월 작성한 임대차계약서에는 오씨의 명의 그대로 돼 있었고, 어머니가 명의신탁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었다. 2011년 4월에 결혼한 오씨가 2년 전부터 신혼살림집을 걱정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게다가 '한남 더 힐'은 이미 부동산 신탁회사와 계약이 체결돼 있기 때문에 명의가 누구였든 보증금을 떼일 우려도 없었다. 국세청은 "여러 정황을 볼 때 오씨는 부모로부터 임대보증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제 임차인인 아버지가 명의신탁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불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심판당국에서도 오씨의 불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세심판원은 "오씨가 보증금을 증여받은 사실을 시인했다가 심판청구에서 명의신탁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며 "계약서에도 임차인이 오씨로 기재된 점을 보면 국세청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고액 전세금을 이용한 탈세에 대해 과세당국의 조사는 점점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 전세자금 등 세원 포착이 쉽지 않은 자산을 이용한 지능형 탈세에 대해 현장 정보 수집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자금 출처에 대한 기획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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