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경영여건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주력인 완성차와 차부품 계열에서는 환율 등의 영향으로 판매부진을 겪었고,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매입을 위해 10조5500억원의 천문학적 투자금을 쏟아붓기로 하면서 주가도 폭락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전체적인 법인세 납부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전년대비 줄긴 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여전히 매출에서 재계 상위권을 유지했고, 주요계열인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이 동종업계 최고실적을 유지하면서 세금도 많이 납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9320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해 100대 기업 중 두 번째로 법인세를 많이 낸 기업으로 기록됐다. 1위인 삼성전자(4조4690억원)와의 격차가 크지만 현대차그룹의 힘은 계열사 전체의 고른 활약에서 나왔다. 현대차에 이어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5362억원의 법인세를 지급하면서 3위를 기록했고, 기아차가 4556억원을 내고 4위에 랭크됐다. 2위부터 4위까지 모두 현대차그룹이 독식한 셈이다.
30위권으로 폭을 넓혀보면 현대차그룹의 힘은 더 돋보인다. 현대제철이 11위(2161억원), 현대글로비스가 18위(1273억원), 현대건설이 22위(1142억원), 현대위아가 25위(1007억원)로 각각 1000억원대 이상의 법인세를 부담했다.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에 속한 현대차 계열사 9곳 중 8곳이 30위권 이내의 높은 법인세수 기여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모두 10곳의 계열사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에 포진해 있지만, 법인세 납부실적에서는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한 것 외에는 대부분 3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법인세 납부액 순위는 각 계열사의 매출액 순위보다도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매출액 순위 3위이지만 법인세액 순위는 2위이고, 매출 15위인 현대모비스는 법인세 3위, 매출 4위인 기아차는 법인세 3위, 매출 19위인 현대제철은 법인세 11위에 올랐다.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로템도 모두 각각의 매출순위보다 법인세 순위가 높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매출액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현대모비스는 매출액 대비 법인세 비중이 2.9%로 100대 기업 가운데 11위에 올랐다. 이밖에 현대차 2.2%, 기아차 1.5%, 현대위아 1.5%, 현대제철 1.3%, 현대글로비스 1.1%, 현대로템 1.1%, 현대건설 1.1% 등 모두 1% 이상의 비중을 보였다.
전체 100대기업 중 매출액 대비 법인세 비중 1% 미만인 기업이 53곳(53%)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매출과 세금납부의 상관관계가 높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전년대비 법인세 납부실적은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현대모비스는 1년 전에 비해 법인세 납부액이 1688억원이나 줄었고, 현대차도 1436억원이나 납부액이 감소했다.
현대건설도 -260억원, 현대위가가 -16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법인세 납부액이 줄어들었다. 기아차가 1년전보다 3181억원이나 많은 법인세를 낸 것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