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세금을 계산하는 첫 번째 기준은 '이익'이다. 실적이 우수한 기업은 대체로 세금도 많이 낸다. 반대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세금 역시 변변찮다.
지난해 법인세가 급격히 줄어든 기업들은 한결같이 실적 부진 현상이 나타났다. 이익을 적게 낸 만큼, 내야 할 세금도 사라졌다. 전년대비 법인세가 수천억원씩 증발한 기업도 있었다.
매출 100대 기업 가운데 전년대비 법인세가 감소한 기업은 50곳으로 정확히 절반이었다. 이들 가운데 2013년보다 세금이 1000억원 넘게 줄어든 기업은 10곳이었다.
◇ 현대중공업 법인세 4천억 '증발'
지난해 법인세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현대중공업이었다. 2013년 4964억원에서 지난해 688억원으로 4276억원 감소했다. 세금이 줄어든 원인은 조선업계 침체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3년 순이익(별도기준)은 4516억원으로 전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지난해에는 1조7546억원의 손실을 냈다.
2013년 4858억원의 법인세를 냈던 효성은 지난해 1100억원만 납부했다. 법인세의 기준이 된 2013년에 3000억원대 적자로 전환했고, 당시 세무조사로 3652억원을 추징 당한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대림산업은 나란히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2013년 순이익이 전년의 1/3 수준으로 떨어졌고, S-Oil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대림산업과 S-0il은 지난해 실적도 수천억원대 적자로 돌아서면서 올해 법인세 전망을 어둡게 했다.
◇ 갈길 먼 삼성엔지니어링·OCI
일찌감치 손실을 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 916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적자 상태다. OCI도 2013년 3000억원이 넘는 적자로 돌아섰다. LG상사는 2013년 순이익 317억원으로 전년의 1/10 수준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 3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1372억원에서 348억원으로 1/4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법인세가 500억원 넘게 감소한 기업은 삼성전기(844억원)와 KCC(825억원), SK네트웍스(576억원), KT(543억원) 순이었다. 모두 2013년 전후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다.
삼성전기와 KCC는 2013년 순이익이 전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SK네트웍스는 5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고, KT도 2013년 4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손실 규모만 1조원이 넘었다. 올해 법인세 납부액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