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지방자치단체의 법인소득세 세무조사 권한을 놓고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지방세법개정안 때문에 국세청 외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기업의 법인소득에 대한 세금징수권은 물론 세무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라는 기업이 벌어들인 하나의 소득을 기준으로 국세청은 법인소득세(법인세)를, 자치단체는 법인지방소득세를 걷고, 또 양쪽 모두 기업들이 세금을 잘 냈는지를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세무조사라면 검찰조사만큼 두려운 기업들 입장에선 민감할 수 밖에 없고, 불만이 불거질 만한 사안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재계 단체가 총대를 메고 나서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1일 "동일한 과세소득에 대해 세목이 다르다는 이유로 중복적인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경영차질 등 기업부담을 크게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마침 임시국회 첫 상임위가 열린 날이라 파장은 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기업의 지자체 세무조사 부담에 대한 지적에 "국세청으로 세무조사를 일원화하도록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을 외치며 경제살리기에 고심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우선적으로 기업들 손을 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 법인지방소득세?..왜 아우성인가
2015년 4월을 달구고 있는 법인지방소득세는 2013년말 개정된 지방세법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2013년 8월 28일 부동산시장 대책으로 취득세율을 인하하면서 지방세수 보전을 요구하는 자치단체들에게 지방세 과세체계 개편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지방소득세의 독립이었다.
지방소득세는 국세인 법인세와 소득세의 10%를 부가세(sur-tax) 개념으로 일괄적으로 떼어 지방에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부가적인 개념이 아니라 법인지방소득세를 별도로 분리해서 별도의 세율로 과세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종전에는 단순히 국세청에 신고납부한 세금의 10%를 자치단체에 신고납부했지만 이제는 국세청에 신고납부하고 동시에 같은 수익에 대해 법인지방소득세도 별도로 계산해서 지자체에 신고납부해야 한다. 각각 다른 세율로 각각 신고납부하기 때문에 징수기관별로 신고납부가 제대로 된 것인지를 검증하는 세무조사도 각각 할수 있게 된 셈이다.
개정안에 따른 법인지방소득세 신고납부은 이번 4월말이 처음이다. 개정된 내용의 법인지방소득세에 대해서는 아직 단 한차례의 세무조사도 진행된 적이 없지만 그 가능성 때문에 기업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법인지방소득세는 기업의 사업장이 있는 모든 지자체에 세금을 나눠서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여러 지자체에서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를 받을 우려도 제기된다.

▲ 행정자치부는 지방세 전자납부홈페이지 위택스에서 4월말까지 법인지방소득세를 신고납부받고 있다. |
◇ 세무조사보다 감면 없애고 세율오르는 게 더 무섭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전국 10개의 지자체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소득(과세표준)에 대해 11번의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 연간 단위의 회계장부를 싸그리 정리해서 챙겨봐야 하는 세무조사를 한두번도 아닌 11번이나 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무시무시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들의 우려처럼 지자체 세무조사가 강도 높게,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정된 지방세법은 국세청이 법인세 부과징수 등에 관한 자료를 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자치단체는 법인의 신고납부세액이 잘못됐을 경우 국세청에 해당 법인의 경정자료와 장부 등을 요청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자료의 원천은 국세청의 자료 하나이고 지자체가 무조건 공유한다. 근본적으로 지자체가 기업에 한번 더 자료를 요구할 필요가 없도록 돼 있는 셈이다.
한 지자체 법인세무조사 담당자는 "아직 개정법률에 따른 세무조사를 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담할수는 없지만, 법인소득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들여다 보고 있는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새롭게 조사를 위해 다량의 자료를 요청하거나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부담은 세무조사보다는 오히려 세율인상과 비과세감면의 축소에 있다고 봐야 한다. 법인지방소득세를 법인세의 부가방식에서 개별방식으로 분리하면서 개별 세율을 적용하고, 각종 공제와 감면도 분리됐기 때문이다.
세율의 경우 현재 기업 규모에 따라 1%(과세표준 2억 이하), 2%(2억초과~200억원 이하), 2.2%(200억원 초과)를표준세율로 적용하지만 2017년부터는 지자체가 조례로 표준세율의 50%를 가감할 수 있다. 지자체 자율로 세율을 인상할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비과세감면은 이미 올해부터 당장 축소됐다. 법인세액의 10%를 그대로 적용받을 때에는 법인세액에 적용됐던 공제나 감면도 그대로 적용했지만, 이제는 이 혜택이 사라졌다. 법인에 부여됐던 지방소득세 세액공제나 감면은 정부추산으로만 9300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