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방세법은 주로 납세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쪽으로 개정돼 왔다. 쉽게 말해 '증세'다. 신고납부 기한이 도래하면서 법인지방소득세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찾아보면 여기저기에서 지방세 인상으로 납세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법인 세무조사 논란을 일으킨 지방소득세의 독립세방식 전환 외에도 취득세 과세대상 확대, 등록면허세율 인상, 법인의 과점주주 연대납부의무 신설 등이 모두 지난해부터 새로 시행됐다. 사치품목으로 볼 수 있는 요트회원권을 취득세 과세대상에 넣은 것은 자연스러운 조치라 하더라도, 개인에서부터 자영업자들, 기업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납세자를 대상으로 하는 등록면허세율 인상은 광범위한 증세다.
세율인상 등 직접적인 세부담 외에도 법인 과점주주에 대한 연대납부의무 추가나 신탁재산의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변경하는 등의 간접적인 세부담 증가도 있었다. 올초에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담배소비세 인상이 지방세 세부담을 크게 늘렸다. 담배값을 최대 80%가까이 올리면서 담배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도 57.1%가 올랐고 지방교육세도 38% 인상됐다.

◇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도 인상 대기중
지방세의 증세 트렌드는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주민세와 재산세, 자동차세까지 인상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둔 상황이다.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는 여론 악화로 법안처리가 무산됐지만 언제든지 다시 살아나 처리될 수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정부안을 보면 주민세의 경우 100%나 인상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지자체별로 1인당 2000원~1만원 범위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세를 1인당 1만원~2만원 범위에서 걷을 수 있도록 상향조정하도록 했다. 법인에 부과되는 주민세는 자본금규모에 따라 현재보다 2배에서 최대 10.56배수준까지 더 부담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자동차세도 인상할 계획이다. 승합차 전체와 영업용 승용차, 특수자동차의 자동차세율을 100%인상하고, 화물차도 규모에 따라 50.2%~100% 인상하는 방안이다. 재산세도 납부세액과 실제 재산세 부과액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화' 명분으로 토지·건물 및 주택에 대한 재산세액의 상한을 직전 연도 해당 재산에 대한 재산세액의 150%에서 200%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올초 서민증세 논란이 불거지자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나서서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의 인상은 계획에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세수부족 시달리는 지자체는 이미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증세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시가 주민세를 3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고, 인천시도 주민세를 45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하는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1만원은 현행기준 지자체가 걷을 수 있는 주민세 최고액이다. 법개정으로 상한이 2만원으로 오르면 그 이상으로의 인상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 서민증세 논란으로 당분간은 눈치보기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방세 증세의 목적은 세수 확대다. 담배소비세는 국민건강, 재산세는 세제 현실화하는 명분을 앞세우기도 하지만 최종 목적은 세수입 확충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가계부까지 만들어 복지공약 실천을 약속했지만, 장기불황으로 이미 국세에서부터 세수입 부족사태가 계속되고 있다(☞관련기사 : 올해도 지독한 세수가뭄..소득세만 쥐어짠다). 이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갈 교부금도 줄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무상급식 중단 등 이른바 복지절벽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3년 9월 26일에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복지부가 합동 마련한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한 기능 및 재원 조정방안'은 최근의 지방세 증세가 왜 시작됐는지 잘 보여준다. 당시 정부는 지방소득세 과세체계를 개편하는 등 세법개정을 통해 지방의 복지부담을 완화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지방세법개정안에도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등으로 2조6932억원의 세수입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다만 중단된 주민세와 재산세 등의 일부 굵직한 지방세 증세안의 경우 당분간 다시 논의가 진행되기 쉽지 않아졌다. 담뱃값 인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데다 서민증세 논란까지 더해져 정부가 극도의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여러가지 정치적인 상황 등을 감안해서 정부가 이번 지방세 인상안은 사실상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정부가 다시 주민세나 재산세 얘길 꺼낼수도 있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