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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황교안은 정말 세법을 몰랐을까

  • 2015.06.08(월) 18:20

다운계약서·편법증여·소득 누락까지 '종합선물세트'
뒤늦게 세금 납부로 수습..납세의식 부족 도마에

"제가 세법을 잘 몰라서 제대로 납부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열리고 있습니다. 병역 비리와 전관예우, 세금 의혹까지 인사청문회 단골 이슈들이 등장했는데요.

 

세금 문제를 들여다보면 부동산 다운계약서와 자녀 부담부증여, 종합소득세 미신고 등 편법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본인은 세법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조세전문가들에게 물어봤더니 정반대의 답변이 나옵니다. 세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잘 알고 피해갔다는 해석입니다.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인사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1. 다운계약서로 '윈윈'

 

부동산을 거래할 때 세금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는 사람은 거래가격에 비례한 취득세를 내고, 파는 사람은 거래가격에서 처음에 취득한 가격을 뺀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합니다.

 

가격이 낮을수록 취득세를 낮추고, 양도세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매매 당사자에겐 '윈윈'입니다. 지금이야 부동산을 실거래가로 신고하지만, 10년전까지만 해도 다운계약서로 세금을 줄이는 편법이 횡행했죠.

 

황 후보자 역시 다운계약서를 썼는데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1997년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4억4750만원에 매매계약을 했지만, 구청에는 3억3000만원으로 신고했습니다. 매입가격을 1억원 가량 낮추면서 624만원의 세금을 덜 냈다는 의혹입니다.

 

당시로선 다운계약서가 관행이었다고 하니,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 있을까요.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 대선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의원 등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신제윤·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다운계약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만둔 사람이 없으니까 다운계약서는 낙마 사유까진 아닌 모양입니다.

 

#2. 자녀에게 물려주마

 

부모가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면 자녀한테 집 한 채 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증여세를 내면 됩니다. 문제는 인사청문회 대상자 중 상당수가 이러한 상식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2012년 8월 장남에게 3억원의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6개월 후 법무부장관 지명을 받자마자 "빌려준 게 아니라 증여였다"며 증여세를 냅니다.

 

자녀에게 채무를 함께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는 대표적인 편법 수단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나 김병관 국방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 '부담부 증여' 의혹에 시달렸습니다.

 

만약 황 후보자가 처음부터 증여세를 냈거나, 그렇지 않다면 채무관계라도 끝까지 유지했다면 어땠을까요. 단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다가 걸렸다'는 의혹을 받진 않았겠죠.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 /이명근 기자 qwe123@

 

#3. 공무원 연금소득 누락

 

황 후보자는 지난 5월 초 국무총리 지명을 받은 후 뒤늦게 국세청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했는데요. 바로 2011년 검찰에서 퇴직할 때 받은 공무원 연금소득이었습니다. 2011년과 2012년 귀속 소득으로 따져봤더니 3500만원 정도 됩니다.

 

나사렛대 교수인 배우자도 사업소득과 기타소득 등 1300만원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으니 세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셈이죠.

 

소득 신고를 누락한 점은 황 후보자도 쿨하게 인정했습니다. 그는 "명백히 저의 불찰이고, 판단을 잘못했고, 생각이 짧았다"며 "고의로 한 것은 아니니 양해해달라"고 사과했습니다.

 

#4. 자동차세도 '모르쇠'

 

자동차 소유자는 일년에 두 번 날아오는 자동차세 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미리 납부하면 세금의 일부를 깎아준다고도 하죠. 교통범칙금 통지서가 날아와도 마찬가지인데요. 만약 납부하지 않고 버티다간 가산세나 관계당국의 독촉장에 시달릴까봐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황 후보자는 자신의 소유 차량에서 5건의 체납 처분이 돼 있었습니다. 자동차세와 교통범칙금, 과태료까지 다 내지 않은 겁니다. 박범계 의원은 "대한민국의 보통 국민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총리 후보자가 부정부패 척결이나 정치개혁을 외칠 정도의 도덕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한탄했습니다.

 

업무가 너무 바빠서 챙기지 못했을까요. 집에 들어가면 빨간 도장이 찍힌 독촉장이 쌓여갔을 텐데요. 요즘엔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납부가 가능한데 말입니다. 시간의 여유가 아니라 납세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5. 변호사가 세법 모를까

 

현행법상 변호사에게도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줍니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 주인공이 세무대리를 통해 '대박'을 내는 것처럼 세법도 변호사의 업무영역 중 하나입니다. 설령 변호사 본인이 세법을 잘 몰라도 주변에 세금 전문가들이 즐비합니다.

 

황 후보자의 세금 문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한 세무사는 "편법 증여나 소득 신고 누락과 같은 문제는 세법을 잘 알아야만 가능하다"며 "세법을 모르는 사람은 과세당국이 두려워서라도 세금을 제대로 내거나, 세무대리인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황 후보자는 2012년 발표한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라는 책에서 종교인 과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종교인을 둘러싼 세법이 잘못됐다는 논리를 자세하게 적어놨는데요. 이쯤 되면 세법을 모른다고 하는 그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황 후보자는 세법의 체계를 몰랐던 게 아니라, 세법이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게 맞는 표현입니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속담도 통하질 않습니다. 뒤늦게 세금만 납부하면 국무총리 임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안타깝지만 이것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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