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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낸 세금, 10년전으로 후퇴

  • 2015.07.02(목) 09:56

[Inside story] 지난해 기업당 법인세 6400만원..2002년 수준
실효세율 최저신기록..평균 순이익도 2005년 지표

기업이 내는 세금을 법인세라고 하죠. 요즘 가장 위태로운 세목이기도 합니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이익을 못 내고, 법인세를 낼 능력도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세금의 '빅3'인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규모는 매년 늘고 있는데, 유독 법인세만 내리막 길입니다. 근로자나 자영업자, 일반 소비자들의 세금 부담이 무거워진 반면, 기업들의 세금은 가벼워졌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도대체 얼마나 세금을 내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기업당 법인세 6439만원

 

2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55만472개 기업이 부담한 세액은 35조4440억원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낸 수조원의 법인세도 있고, 중소기업들이 수백만원씩 낸 세금까지 포함된 수치입니다.

 

지난해 기업당 법인세는 6439만원입니다. 2013년에 비해서는 700만원 가량 줄어든 규모인데요. 2014년보다 기업당 법인세가 적었던 해는 2002년(6351만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도 법인세 부담 규모가 이렇게 적진 않았습니다. 

 

기업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망하는 기업보단 새로 생기는 기업이 더 많다는 얘기죠. 2002년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은 27만개였는데, 지난해 55만개를 넘었습니다. 12년 사이 기업 수가 두 배나 늘었지만, 기업당 법인세 부담액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2000년대 이후 기업당 법인세를 가장 많이 냈던 해는 2008년 9366만원이었습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사상 최대의 감세 정책이 등장하면서 기업들이 법인세를 점점 덜 내게 됐습니다.

 

◇ 순이익은 10년 전으로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액이 왜 12년 전으로 돌아간 것일까요. 이익을 덜 낸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죠.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들의 평균 순이익은 3억6400만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기업당 순이익은 전년보단 5000만원 가까이 줄어들었고, 정점을 찍었던 2011년(4억9800만원)에 비해서는 1억원 넘게 감소한 규모입니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년(3억8200만원)보다도 적고, 2005년(3억6200만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10년 전에 평균 3억6000만원 정도 벌었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2014년에도 똑같은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직장인이라면 10년 전과 연봉이 같다는 얘기인데, 그동안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체감 수입이 훨씬 적어보입니다.

 

 

◇ 실효세율 23%→16%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정책도 기업들의 세부담을 낮추는 이유입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2년 28%에서 27%로 낮아진 이후, 2004년 25%에 이어 2009년 22%로 꾸준히 내렸습니다.

 

기업들의 실제 세부담을 보여주는 실효세율(총부담세액/과세표준)은 2002년 23%대에서 지난해 15%대로 떨어졌습니다. 실효세율은 법인세율 인하를 시행한 이듬해부터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기업이 전년 소득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내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세금을 점점 덜 내는데, 일반 국민들은 세부담이 늘어나니 억울한 생각도 들겠죠. 그래서 연말정산 대란도 발생한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합니다. 가뜩이나 세금도 덜 걷히는데, 법인세만이라도 2008년 수준(25%)으로 되돌리자는 겁니다. 야당에선 세율 '인상'이 아니라 '환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계속 어려운 상황인데 굳이 세율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하는지 반문도 있습니다. 여당을 비롯해 기획재정부도 법인세율 인상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경기의 불씨를 살려야 할 정부가 기업을 위축시키는 증세 정책을 내놓을 순 없겠죠. 법인세 지표가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국회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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