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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관세 '꼼수' 드러났다

  • 2015.11.12(목) 09:38

구매수수료 얹어주고 과세가격 축소
관세 등 63억원 추징..법원 판결도 '기각'

아디다스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신발과 의류의 관세를 줄이기 위해 '꼼수'를 써온 것으로 밝혀졌다. 관세와 부가가치세의 기준이 되는 과세가격을 낮췄다가 관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아디다스 측에서는 관세청의 세금 추징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법원은 과세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관세청이 다국적 기업들과 벌이고 있는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2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지난 달 29일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소송에는 법무법인 바른이 아디다스의 대리인으로 참여했다. 당초 아디다스에 부과된 세금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를 합쳐 63억원 수준이다.

 

 

◇ 세금 63억, 어떻게 줄였나

 

독일 스포츠 의류회사인 아디다스(adidas AG)는 국내에 51%를 출자해 설립한 아디다스코리아를 두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대표 브랜드인 아디다스를 비롯해 리복(Reebok)과 락포트(ROCKPORT) 상품을 수입해 판매한다.

 

그런데 아디다스 본사와 아디다스코리아 사이에는 중간 회사가 하나 더 있다. 네덜란드 법인인 아디다스인터내셔널트레이딩(adidas International Trading B.V.)이라는 곳인데, 2008년 10월 아디다스코리아와 국내시장 판매를 위한 구매대리 계약을 맺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11년 1월까지 아디다스인터내셔널에 물품 가격의 8.25%를 수수료로 지급했다. 10만원짜리 신발에 8250원 정도를 떼어준 것이다. 아디다스는 이 수수료를 과세가격에서 빼고 계산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적게 내오다가 관세청에 적발됐다.

 

◇ "그냥 대리인이라니까"

 

아디다스는 줄곧 관세청 과세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세법에는 구매대리인에게 지급한 구매 수수료를 과세가격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니,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간 회사인 아디다스인터내셔널 역시 단순 구매대리인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관세청은 아디다스인터내셔널이 그냥 구매대리인이 아니라, 본사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로 판단했다. 아디다스에 대한 신용위험이나 제품 하자 보상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 주장이 맞다면 아디다스는 구매수수료를 모두 과세가격에 넣어서 관세를 더 내야한다.

 

아디다스코리아는 관세청의 논리를 수용하지 않았다. 2012년 1월 삼일회계법인 계열 관세법인인 GTMS를 대리인으로 선정해 조세심판원에 세금불복 청구를 냈는데, 지난해 4월 '재조사'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관세청도 후속 처분을 내리지 않다가 이번에 법원의 판결이 먼저 나온 것이다.

 

 

◇ 법원 "판매자 맞잖아"

 

아디다스인터내셔널의 역할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지만, 서울행정법원은 관세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단순한 구매대리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물품의 수출자 혹은 판매자의 지위에 있다고 규정했다. 아디다스 본사로부터 권한을 부여받고 제조와 판매 전반에 대한 관리를 담당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디다스의 제품 가격은 아디다스인터내셔널이 계산한 원가에, 본사에서 정한 5%의 제조사 마진을 더해서 결정되고 있었다. 국내 판매회사인 아디다스코리아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결국 아디다스코리아가 지급한 건 구매수수료 성격이 아니라 본사가 가져간 마진이었다.

 

◇ 관세청에 밉보인 아디다스

 

다국적기업이 중간 회사를 통한 구매수수료로 관세를 적게 내는 수법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골프의류와 신발을 판매하는 한 업체가 아디다스와 똑같은 쟁점으로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다가 '재조사' 결정을 받기도 했다. 관세청 입장에서는 아디다스와의 소송 결과에 따라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 행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디다스의 불복에 대해 대해 관세청 내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구매수수료 외에도 로열티 과세 문제 등 아디다스가 제기한 관세 소송이 많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아디다스와의 세금 분쟁은 10년 전부터 12건이 물려 있다"며 "상급 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어 조심스럽지만, 과세 논리가 분명한 만큼 최선을 다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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