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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명희 회장, 과세시효는 남았는데...

  • 2015.11.17(화) 16:42

평생과세 가능..깐깐해지는 15년 이후가 변수
2006년 세무조사 때처럼 배당 등도 문제

서울 시내면세점을 따내면서 경쟁자 롯데를 누른 신세계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다. 면세점 심사 직전에 터진 그룹 총수의 차명주식 전환사실 공개가 세금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지난 4일 이마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무리 하면서 거액의 추징금이 예고되고 있으며 수천억원대 세금이 추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명희 회장의 차명주식 전환과정에서 증여세 탈세가 있었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개인의 증여세 문제인 만큼, 법인차원에서의 추징은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 총수의 탈세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과세시효(부과제척기간)가 지났기 때문에 신세계, 혹은 이명희 회장 스스로 커밍아웃을 한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미 세무조사 과정에서 차명주식이 확인된 만큼 신세계의 반강제적(?)인 고백과 무관하게 증여세 추징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세법의 허점이다. 신세계측도 상당부분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두고 세금부담을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차명주식 커밍아웃을 선언한 이유에 세금부담에 대한 자신감도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평생 과세가능한 증여세, 문제는 15년 전

 

일부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과제척기간은 외형상 ‘무기한’이다. 국세기본법상 상속세와 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은 기본 10년에 미신고 및 허위신고시 15년으로 불어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세금포탈 등 부정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는 15년이 지난 경우에도 과세당국이 증여사실을 확인한 날로부터 1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추가된다. 사실상 평생과세가 가능한 셈이다.

 

신세계의 경우 과거의 증여 사실을 숨기고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신고와 불성실신고에 해당된다. 최소 15년 전의 증여에도 세금부과가 가능하다. 만약 국세청이 세금포탈 혐의를 잡았다면 20년 전, 30년 전의 증여까지도 세금부과 대상이 된다.

 

신세계측은 이명희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주식은 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재산 중 일부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87년에 사망했다. 오는 19일에는 28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차명주식이 적어도 20년은 넘게 관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모두 과세범주에 포함되는 셈이다.

 

변수는 15년 이후의 별도 부과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세법의 '약점'이다. 15년 이후에는 증여자와 수증자 모두 살아 있어야 하고, 증여가액도 50억원 초과일 때만 과세할 수 있다. 국세청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 빌린 명의마다 50억원 이하의 주식만 관리했다면?

 

국세청은 최근 신세계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명희 회장의 차명주식을 발견했고 관련법에 따라 20년, 30년 전의 증여도 앞으로 1년간 과세가 가능하다. 쟁점은 50억원 여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는 증여자나 수증자가 사망한 사례는 아니지만 워낙 오래된 차명이라 각각의 차명규모가 50억원이 넘는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

 

신세계는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이명희 회장이 2010년에 시가 약 830억원에 해당하는 차명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돌려놨다고 고백했다. 국세청은 차명주식이 확인되면 이름을 빌려준 사람을 수증자로 보고 증여세를 물리는데,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세금을 못 내겠다고 하면 실소유주가 세금을 내게 돼 있다. 연대납세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실소유자인 이명희 회장에게 증여세 납부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명의신탁 시점이 15년 이전이라면 얘기가 좀 복잡해 진다. 신세계는 주로 그룹 임원들을 통해서 차명주식을 관리했는데, 몇 명의 임원들을 활용해 각각 얼마의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830억원어치를 20명이 나눠서 관리했다고 가정하면 각각의 증여가액은 50억원이 안되기 때문에 15년 전의 것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

 

이명희 회장이 고의적으로 50억원 이하로 각각의 차명주식을 관리했을 가능성은 낮다. 50억원 이하에 대한 예외조항이 생겨난 시기는 16년 전인 1999년인데 그사이 주식가치의 변화가 너무 크다.

 

 

# 증자, 감자, 배당이 더 문제

 

부과제척기간까지 따져야 할만큼 오래된 차명주식은 증여 시점보다는 다른 항목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증여세법은 배당이나 증자, 감자를 통한 이익증여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차명주식 역시 마찬가지다.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도 증자, 감자, 배당에 따른 이익이 돌아가게 된다. 이 경우 증자나 감자, 배당이 이뤄진 시점에서의 주가가 증여세 과세표준이 된다.

 

신세계 역시 1985년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후 다수의 증자와 배당을 실시했다. 주가 역시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차명주식이 발생한 시점보다 최근에 발생한 증자나 배당시점에서의 증여이익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006년에 서울지방국세청이 신세계백화점을 세무조사한 당시에도 거액의 차명주식이 발견됐는데, 배당이익에 대한 증여세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사항이 됐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부과한 증여세가 차명으로 보유하기 시작한 시점이 아니라 배당일 시점으로 다시 부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감사원 지적 이전에 2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었지만 다시 계산한 후에는 33억원의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증여세 전문가는 "15년이 지나도 과세는 할 수 있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크다. 신세계도 그런 정도는 감안을 하고 차명주식을 공개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증여주식에 대한 배당 등에 대한 세금이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일단 명의신탁이 이뤄진 이상 유·무상 증자로 인해 추가되는 주식에 대해서도 증여의제로 과세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그러나 일부 학계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는데, 증여세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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