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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다 사표 던진 회계사

  • 2016.05.10(화) 16:40

갈수록 늘어나는 회계사들의 이직·퇴직
업무강도와 책임은 늘고 대우는 뒷걸음

지난 3월, A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하던 B회계법인의 회계사들에게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같이 야근하던 한 신입회계사가 책상 위에 사표를 써놓고는 홀연히 사라진 것.

야근을 밥먹듯 하는 회계사들의 업무강도가 유명하긴 하지만, 일하던 회계사가 야근 도중에 사표를 쓰고 말도 없이 사라진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 이직·퇴직자 많은 회계업계
 
그러나 말도 없이 사라지는 야반도주 사례가 드문 일일뿐 회계사들의 퇴직이나 이직은 사실 흔한 일이다. 올해 3월말 기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등록한 회계사 1만8469명 중 휴업중인 회계사는 6608명에 달한다. 전체 등록회계사의 35.7%다.

 

휴업회계사라는 것은 회계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회계사회에 등록은 했지만,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 취업해서 감사인으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 사무소를 차린 것도 아닌 회계사들이다.

 

휴업회계사 수와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휴업회계사는 2013년 3월 33.1%(5281명), 2014년 3월 34.4%(5810명), 2015년 3월 34.8%(6127명), 2016년 3월 35.7%(6608명)로 불었다.

 

특히 신입회계사들의 80%가 몰려 있는 대형 회계법인의 이직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 등 4대 회계법인의 이직률은 20%에 달한다. 신입회계사가 야반도주한 B회계법인 역시 4대 회계법인 중 하나다. 실제로 4대 회계법인 구성원의 60%는 5년차 미만이다. 장기근속이 쉽지 않은 업종이다.

 

# 야반도주 부르는 업무환경

 

전·현직 회계사들이 말하는 이직·퇴직의 결정적인 요인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열악한 업무환경과 그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기업 회계감사 시즌인 2~3월의 경우 회계사들의 야근은 한 달 넘게 지속될 때도 있다. 대부분의 12월말 결산법인이 3월에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제출받는다.

 

회계법인 한 곳이 여러 곳의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감사를 수임하기 때문에 1~2개월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감사업무가 집중될 수 있다. 종전에 4월말까지 제출해도 됐던 연결감사보고서 제출기간도 3월로 당겨져 일이 더 집중되는 환경이다.

 

감사 시즌 이외에도 분기에는 분기보고서, 반기에는 반기보고서도 봐야 한다. 감사 업무가 없을 때에는 경영자문이나 재무자문 등 각종 비감사 용역에 끌려다니는 회계사들도 많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5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퇴사한 한 회계사는 "감사 시즌에는 밤 12시에 퇴근하면 빨리 퇴근 하는 것이라고 할 정도다. 아침에 현장감사를 다녀와서 오후에는 또 다른 기업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써야하는 등 일이 중첩될 때가 많다"며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 야근을 해서라도 제출 기한을 맞춰야 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기업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후에야 감사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도 야근을 부른다. 예를 들어 기업 재무담당자가 오후 6시에 회계사에게 자료를 넘겨주고 퇴근하면, 회계사는 그때부터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

 

 

# 돈 잘 버는 회계사는 옛말

 

야근을 많이 하면 수당을 많이 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회계사들은 별도의 야근 수당이 없는 구조다. 대부분의 회계법인은 회계사들과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한다. 포괄임금계약은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 근로 수당을 포함해서 연봉계약을 하는 것이어서, 추가적인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은 따로 받지 않고 있다.

 

연봉 문제도 회계사들에겐 불만이다. 업계에서 회계사들의 연봉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많이 받는다는 4대 회계법인도 신입회계사의 연봉이 대기업 신입사원의 연봉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업무에 대한 책임은 강화되지만 감사인에 대한 환경과 보수는 반대로 떨어지고 있어서 회계법인의 상황도 좋지 않다"며 "회계사들 개인적으로는 능력 있는 회계사들에게 일이 몰려, 일 잘하는 회계사일수록 업무강도가 높고, 퇴직에 대한 압박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예전처럼 열정을 갖고 일해 달라는 읍소가 통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회계사들 통제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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