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1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치열한 취업경쟁부터 고용불안까지 최악의 일자리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청년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을 꿈꾸는 청년 회계사들의 말 못할 고민을 들어본다. [편집자]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대학교 4학년생인 김모씨는 회계사 수험생활 3년차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회계사 시험 응시에 요구되는 교과목 이수에 열을 올리던 1학년 때 시간을 쪼개 과동기들과 어울렸던 것을 제외하면 대학시절의 대부분을 독서실에서 보내고 있다. 올해 2차 시험에서 2개 과목을 과락한 탓에 '밥 먹고 문제 푸는' 고달픈 수험생활을 내년에도 계속하게 됐다. 김씨의 바람대로 내년 최종합격을 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졸업 후에도 수험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김씨와 함께 공부를 시작했던 선후배 가운데 절반 이상은 몇 개월도 안 돼 다른 직업을 찾겠다며 포기했다. 김씨는 "4명이 시작하면 3명 정도가 초반에 그만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생존자' 축에 속하는 김씨지만 "버텨냈다"는 자부심도 잠시, 일찌감치 공기업으로 눈을 돌린 선배들의 취업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이 흔들린다.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가장 큰 고충은 오랜 수험기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공인회계사 합격자들의 평균 수험기간은 44.4개월이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는 데 3년 넘게 걸린다는 얘기다. 대학생들의 평균 취업 준비기간(11개월)의 4배에 달한다.
# 비용 부담에 '헉헉'
수험생활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시원비와 밥값, 수강료와 책값 등을 따지면 한달에 150만원 가량 든다.
일반 구직자들과 달리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을 병행하기도 어렵다. '전업 수험생'은 수험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문제와 심리적 부담감이 겹쳐서 찾아온다.
회계사 전문학원 위너스아카데미의 한 관계자는 "수험기간이 길다 보니 왕래하는 친구도 줄어 마땅히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는 학생들은 학원에서 사귄 '밥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상황을 잘 아는 매니저에게 상담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는 힘은 '합격만 하면 취직 걱정은 덜 수 있다'는 희망에 있다. 매년 회계사 합격자 상당수를 빅4 회계법인(삼일·안진·삼정·한영)이 흡수해 가기 때문이다. 올해 4대 회계법인은 신입 회계사를 1000명 넘게 뽑았다. 이미 합격한 회계사들이 포함된 숫자지만 올해 합격자(909명)보다도 100명 이상 많은 것은 고무적이다.
# 유언비어에 '휘청'
하지만 수험생인 김씨에게는 올해 채용시장의 흥행 소식이 반갑지 않다. 빅4 회계법인이 신입 회계사 채용을 늘렸다는 소식은 내년 채용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암울한 예고처럼 들리는 까닭이다.
회계사 합격자 수를 줄일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도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씨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내년에 합격자 수를 대폭 줄일 거라는 얘기가 돈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학원 관계자는 "매년 합격자 수를 놓고 여러 소문이 돈다"며 "사실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불안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차용호 금융위원회 공인회계사 시험 담당 사무관은 "합격자 수 축소 방침을 논의·결정한 바가 전혀 없다"며 "매년 합격자 수는 시험공고를 목전에 두고 정한다"고 밝혔다.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 수는 매년 금융위가 정해 금융감독원이 공고하는데 금융위는 시험 공고 3개월(90일) 전에 가서야 선발 인원을 결정한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