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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회계사의 눈물]③`빅4` 장벽에 막힌 개미들

  • 2016.10.21(금) 16:00

'지분 회계사'가 장악한 한공회…청년들은 '찬밥'
4년 전 첫발 뗀 청년회계사회, 역할 '기대'

청년실업률이 1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치열한 취업경쟁부터 고용불안까지 최악의 일자리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청년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을 꿈꾸는 청년 회계사들의 말 못할 고민을 들어본다. [편집자]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지난 8월19일 청년 회계사 50여명이 서울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 회관에 모였다. 이들은 처음엔 시위가 어색한듯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사를 대변하라."
 
이날 모인 청년 회계사들이 요구는 이 구호 안에 모두 담겨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항의 방문은 저녁 시간을 넘겨 밤 9시가 돼서야 끝났다. 장장 7시간에 걸친 호소를 통해 그들이 거둔 수확은 '회계사회가 외국회계사 감사 참여 허용을 추진한다'는 게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앞서 공인회계사회는 빅4 회계법인의 요구에 따라 현행법상 감사를 할 수 없는 비자격사(외국 회계사)를 '전문가'로 규정해 감사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관련기사: [단독]국제회계사도 감사 참여 가능

 
▲ 사진: 방글아 기자 gb14@
 
# '빅4'가 한공회 정책 결정
 
올해 8월31일 기준 국내 회계사 수는 휴업회원(6726명)을 제외하고 1만1810명이다. 이 가운데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9748명으로 대부분(82.5%)을 차지하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인 5000명 가량은 빅4 회계법인(삼일·안진·삼정·한영)에 다닌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에서 회원들의 목소리를 담는 창구는 평의원회다. 평의원은 한공회 내규 개정권과 이사 선출권 등을 갖는다. 그런데 한공회 내규상 규모가 큰 회계법인일수록 더 많은 소속 회계사를 평의원회에 보낼 수 있다. 개별법인(회계사 수 90명 이상)과 연합법인(90명 미만), 권역별 감사반 등 각 조직에서 90명당 1명씩 추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계사 수가 2000명 가까이 되는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20명 넘는 직원을 평의원회에 보내는 등 빅4 회계법인이 평의원회의 70%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공회에 따르면 평의원 명단은 개인정보 등의 사유로 공개하지 않지만, 인원수는 12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 '파트너' 이하는 쉿!
 
그런데 빅4 회계법인은 관례상 고위직만을 평의원 자리에 추천한다. 더욱이 한공회 내규상 법인별 한자리는 의무적으로 대표이사에게 내어주도록 돼 있다. 경력이 짧은 회계사는 후보 추천에서부터 제외된다는 게 청년공인회계사회(이하 청공회)의 설명이다. 
 
'평의원회→이사회→한공회'를 거쳐 금융위원회 등 정책당국에 전달되는 '회계사의 목소리'에 청년 회계사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회계법인 고위직의 경우 지분율이 높아 근로자라기보다 주주이자 사용자에 가깝다. 이해관계상 주주는 법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회계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라"와 같은 근로자 입장의 의견은 구조적으로 한공회에 전달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8월19일 한공회를 찾은 청년 회계사들이 외친 "한공회는 회계사를 대변하라"는 구호가 나온 맥락이다. 
 
# 청공회 탄생의 비화…그리고
 
지난 2012년 출범한 청년공인회계사회(청공회)는 이같은 구조적 한계를 깨기 위해 등장했다. 청공회에는 1500명에 가까운 회계사 회원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간 한공회는 청공회가 '정식 회원단체가 아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청공회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회장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최 회장은 후보자 당시 "회에 청년위원회를 만들 것"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 이후 공약 실천에 나섰다. 지난 7월 한공회에 '청년위원회 운영규정'이 제정됐으며 20명 가량의 청년위원 인선이 최근 마무리됐다. 오는 28일에는 청년위원 위촉식이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청년위 운용과 관련해 아직 불신이 깊다. 이총희 청공회 회장은 "청년위 이름으로 위원회가 꾸려졌음에도 '세대별 의견차이 조정이 가능한 자'를 조건으로 40세 이상의 비청년위원을 포함 시키도록 했다"며 "청년위가 당초 취지대로 기능할지 여부는 앞으로 위원회 운영을 두고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청년위원으로 선발된 한 회계사는 "위촉장 발급일을 평일로 해 연차를 쓰게 됐다"며 "앞으로 위원회가 계속 평일에 열리면 참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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