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가 검토 중인 '외국회계사 감사업무 활용 관련 규정 개정안'에 대한 회계사들의 반발이 시위로 번졌다.
1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현직 공인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항의 시위대는 오는 19일 오후 2시 한공회에 방문해 해당 규정 논의 사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비즈니스워치 보도([단독]국제회계사도 감사 참여 가능) 이후 한공회는 관련 논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회원들에게 "(외국회계사 등 전문가가) 회계감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행법(공인회계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을 본 회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공회는 또 "단순히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해 지원이나 자문하는 역할에 한정된다"며 "한국공인회계사 외에는 누구라도 직접감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외국회계사 감사, '단순 참여'도 위법 가능성
한공회는 비자격자인 외국회계사가 '직접' 감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규정 개정사항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감사원에서 행정심판위원을 지낸 고 모 변호사는 '간접'적인 감사참여가 공인회계사법(제22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명의대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전문가 감사업무 활용관련 규정 개정(안)' TF 문건. |
공인회계사법 제22조에는 "공인회계사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직무를 행하게 하거나 그 등록증을 대여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공인회계사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제2조는 감사 외에도 '감사에 부대되는 업무'까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변호사는 "(한공회의 개정안은)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가 한국에서 소송대리를 하게끔 인정해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비자격사가 회계법인 영업에 동원돼 브로커만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회계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도 한공회의 개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외국에서의 회계·감사시스템과 한국의 환경은 엄연히 다른데 외국회계사를 국내 감사에 참여시키도록 한다는 것은 이를 잘 모르고 한 처사"라며 "미국변호사를 우리나라 법정에 법률대리인으로 못 세우듯 회계사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 판례도 확인된다. 지난해 9월10일 선고된 '공인회계사 명의 대여 동업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해당 규정에 대해 "공인회계사가 아닌 사람이 회계 관련 사무를 행하는 경우에 초래될 국민의 권익보호와 기업의 건전한 경영 및 국가 경제의 발전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외국회계사는 '16명'뿐…"나머지는 '비자격사' 편법"
그렇다면 이미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국회계사의 감사 투입은 어떨까. 외국회계사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후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지만 등록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빅4 회계법인이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외국회계사 고용인원은 KICPA 동시 자격사를 포함해 983명에 이르지만 금융위에 등록된 외국회계사 수는 16명에 불과하다.
공인회계사법은 외국회계사를 "한국 외 국가에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모든 요건을 갖추고 등록한 공인회계사 중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 자격을 중복해서 보유하고 있는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절대 다수의 외국회계사들이 '비자격사'임에도 불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 미국회계사를 그냥 회계사로 소개하면 "불법"
현재 감사현장에서 외국회계사가 '미국회계사' 등으로 특정되지 않고 그냥 '회계사'로 소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삼일회계법인에서 7년 간 근무했다고 밝힌 한 회계사는 "미국회계사는 미국을 빼고 그냥 회계사로 소개한다"며 "감사를 한 뒤 감사업무 소요시간을 금감원에 제출하는데 외국회계사가 투입됐을 경우 회계사 등록번호를 입력할 수 없어 (팀원인)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올리거나 아예 안 올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외국회계사'를 그냥 '회계사"로 소개하는 것은 공인회계사법 제40조의11(자격의 표시 등)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자격표시 위반도 명의대여와 마찬가지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대형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회계사는 "외국회계사의 감사 활용은 클라이언트의 눈치 때문에 이뤄지기도 한다"며 "회계사들이 적게 나오면 클라이언트들이 '신경을 덜 써주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해 외국회계사와 함께 가기도 하고 이때 클라이언트에게는 회계사로 소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