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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분식회계, 감독당국 방치 속에 터졌다

  • 2016.06.07(화) 18:43

회계감리 건수 급감과 대형분식 시점 일치
국제회계기준 전면도입 과정에서 감리인력도 축소

 
최근 잇따라 터진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 사실상 금융감독당국의 방치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독당국은 2010년 이후 기업 재무제표 회계감리인력을 줄이고, 회계감리 건수도 크게 줄였는데, 같은 시기 기업들의 대형 회계분식이 무더기로 자행된 것이다.
 
회계감리는 금융감독당국이 기업의 재무제표와 이를 들여다 본 회계법인의 외부감사가 적정했는지를 감시하는 업무다. 감사보수라는 고리에 엮여 갑과 을의 관계에 있는 기업과 회계법인을 동시에 감시·감독하는 제도인데, 감시가 소홀했던 시점과 대규모 분식회계의 시점이 묘하게 일치한다.
 
7일 비즈니스워치가 금융감독원의 재무제표 심사감리현황을 분석한 결과, 표본감리 건수가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들어 5년만에 1/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재무제표 심사감리는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횡령발생 등 위험요인을 반영한 표본추출 방식의 '표본감리'와 외부기관의 수사 및 제보에 의한 '혐의감리'로 나뉘는데, 표본감리는 감독당국이 매년 자체적인 계획에 따라 시행 목표건수를 설정한다.
 
재무제표 표본감리는 2007년 267건, 2008년 276건, 2009년 212건, 2010 217건으로 200건대를 유지했으나 2011년 101건, 2012년에는 79건으로 떨어졌고, 2013년 53건을 거쳐 2014년에는 37건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표본감리를 크게 줄인 시점에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최근 5년 간 발생한 대형 분식회계 사건을 돌아보면 2011년과 2014년 사이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분식회계 사실이 확인돼 과징금 최고액 20억원을 부과받은 사례만 꼽아보면, 대한전선이 2011~2012년 회수불가능 매출채권의 허위계상 사실이 확인됐고, 대우건설도 2012년에만 1조5000억원의 손실을 은폐했다가 분식회계기업 딱지를 붙였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도 2013~2014년에 발생한 수조원대 손실을 고의로 은폐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좀더 폭을 넓히면 2010년 이후의 회계처리 위반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사와 회계법인이 징계를 받은 곳만 23곳에 이른다.
 

감독당국이 2010년 이후 회계감리 인력을 대폭 축소한 사실도 확인됐다.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전면도입되면서 회계감리인력을 IFRS 정착지원을 위한 서비스업무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감시인력이 줄어들고 감시를 덜 하는 것은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부채질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1년은 금융감독당국이 기업들의 IFRS 정착을 지원하는데 전력을 다했던 시기였다"며 "2011년부터 2년 동안 회계감리 인력을 IFRS 정착지원에 대규모로 투입했었다. 표본감리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이 2013년 이후 뒤늦게 표본감리를 확대하려 했지만 손을 놓고 있던 기간동안 밀린 업무가 너무 많았다. 금감원은 매년 표본감리 목표건수를 설정하는데, 그해 다 하지 못한 건수는 감리적체건수로 다음해에 이월된다. 감리적체건수는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갈 때에는 76건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127건, 2013년에는 201건까지 불어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체건수를 감안해서 신규 표본감리 선정을 최소화해 왔다"며 "최근들어 신규 선정 건수를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크게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적체건수도 2013년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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