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하반기 갑자기 감사 강도를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과 2014년에 찾아내지 못한 회계처리 위반을 뒤늦게 찾아내기 위해 감사 강도를 높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3월 주주총회 직전에 2013년, 2014년의 사업보고서 정정공시를 요구한 것 역시 이러한 뒷북감사의 결과로 풀이 된다. 정정공시 요구가 회계법인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성 조치라는 비판도 더 설득력을 얻는다.
비즈니스워치가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 투입시간을 2014년 6215시간에서 2015년 1만2715시간으로 크게 올렸다.
안진회계법인은 2012년 대우조선해양 감사에 6135시간을 투입했고 2013년에는 6184시간을 썼는데 2015년에 갑자기 2배로 급증한 것이다. 총 감사에 투입된 인력도 2014년 30명에서 2015년 46명으로 불어났다.
통상 시간당으로 보수를 받는 회계감사의 특성상 감사 투입시간을 늘릴 예정이었다면 감사보수도 더 많이 받도록 계약해야했지만, 감사보수는 2014년과 5억4600만원으로 동일했다. 감사계약은 주총시즌인 3월에 체결되는데 분식의혹은 7월에 터졌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으로 더 많은 감사를 수행한 탓에 시간당 감사보수는 2014년 8만원대에서 2015년 4만원대로 떨어졌다.
안진회계법인의 뒷북감사 의혹은 감사에 투입된 자체 품질관리인력 규모에서 더 짙어진다.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후에 자체적으로 회계법인 내에 있는 품질관리실을 통해 감사보고서 작성이 잘 되었는지를 점검한 후 제출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보고서에 대한 품질관리는 2014년 1명이 담당했지만 2015년에는 9명이 담당했다.
품질관리에 투입된 시간도 2014년에 68시간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무려 14배에 가까운 938시간으로 급증했다.
전문인력 투입에도 변화가 컸다. 외부감사에는 전산감사와 자산가치평가 등 회계사들이 하기 힘든 분야의 전문인력도 투입되는데, 대우조선해양 감사의 경우 2014년에는 전문인력이 15명 투입됐지만 2015년에는 23명이 투입됐다. 이들이 일한 시간도 272시간에서 514시간으로 늘었다.
대우조선해양의 감사강도 증가는 사업환경이 유사한 같은 업종의 다른 조선사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5년 현대중공업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품질관리인력을 3명만 투입했고, 삼성중공업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단 2명이 품질관리를 맡았다. 품질관리 투입시간은 삼정회계법인이 131시간, 삼일회계법인이 103시간으로 안진회계법인의 938시간과 크게 차이난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현장감사도 갑자기 강화했는데 2014년 25일에 불과했던 현장감사를 2015년에는 115일이나 진행했다. 이는 현대중공업 현장감사에 57일, 삼성중공업 감사에 27일을 투입한 다른 회계법인들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투입시간 등은 갑자기 변하기 어렵다. 자체 정화시스템인 품질관리에 특히 신경썼다면 그 부분에 우려되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2013년과 2014년에도 회사가 제출한 회계증거에 기반해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감사인으로서 정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