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휴대폰 요금을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하는 법안이 나왔다. 법안이 통과되면 800만명 이상의 직장인들이 세금을 돌려받지만,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 비직장인이나 면세자들에겐 혜택이 없어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요금에 대해 연간 최대 120만원을 소득공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 직장인 1인당 13만원 절감
이동통신 요금에 소득공제가 신설되면 매년 1조1410억원의 세금이 감면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시행되며, 총 세수 감소 규모는 3조4231억원으로 예상됐다. 이 감면 혜택은 연말정산 대상자인 직장인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2014년말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는 총 5148만명(법인 제외)이지만, 국세청에 소득이 신고된 직장인은 총 1668만명이다. 이들 가운데 소득세 결정세액이 있는 직장인 866만명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소득세를 내는 직장인 1인당 연간 13만3000원, 월 기준으로는 1만1000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
황 의원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요금이 가계 소비지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동통신 요금을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해 최근 가중되고 있는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통과 못한 이유는 '형평성'
통신 요금에 대한 소득공제 법안은 18대와 19대 국회에서도 나왔지만, 기획재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1년 6월 당시 최종원 민주당 의원은 통신비에 대해 12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2012년 9월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19대 국회에서도 자동 폐기됐다.
법안이 번번이 무산된 이유는 형평성 때문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직장인 비중은 32.4%에 불과하고, 직장인 중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절반에 달한다. 직장에 다니지 않거나 소득세를 내지 않는 직장인은 휴대폰 요금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고, 소득세를 내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직장인들만 혜택을 보게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공제 혜택을 가져오기 때문에 소득재분배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통신비 중에는 게임 등 개인의 만족을 위해 지출된 것도 있으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장애인이나 저소득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제도를 확대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