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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부동산 경기 잡으려면

  • 2018.02.21(수) 08:00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요즘 조세 정책의 최대 화두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와 부동산 보유세 인상 문제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방법은 가상화폐의 성격만 규명되면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반면 부동산 세제는 과거 참여정부부터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38번이나 발표될 정도로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부동산 대책의 대부분은 세금과 관련한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는 취득세나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대책을, 부동산 경기가 불황일 때는 취득세 인하, 양도세 감면 등의 세제 정책을 남발해 왔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세금 정책들이 부동산 경기 안정에 효과적이었는가. 과거의 경험을 보면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초반까지의 부동산 버블이 정점을 지난 1992년에야 뒤늦게 지가세를 동원했지만 결과는 부동산 버블 붕괴라는 참사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대책이 이렇게 자주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세금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았을지는 모르지만 부동산 '시장'을 잡지는 못한 것이다.
 
부동산 세금은 크게 거래세(취득세·등록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조세의 본질로 보면 부동산 세금의 대부분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재정적 조세'다. 

그 중에서 종부세는 태생부터 부동산의 과다 보유를 막기 위한 '규제적 조세'다. 그 이외의 부동산 세금도 세율의 인상이나 요건의 강화를 통해 납세자의 부동산 투기행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므로 규제적 조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조세 이론상 취득세·등록세와 같은 거래세는 '동결효과(lock-in effect)'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조세다. 즉, 거래세를 올리면 부동산을 매수하려고 하는 사람의 매수비용이 증가하므로 일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자연히 부동산 거래가 감소해 가격도 하락하게 된다. 

반면 부동산 활황기에는 부동산 가격 인상분이 거래세 인상분을 초과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거래세 인상의 타이밍이 늦어버리면 그 효과는 별로 없고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나쁜 세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취득세가 총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라는 사실이다.
  
보유세 인상은 전통적 이론에 따르면 부동산 소유자의 보유비용을 증가시켜 수요 감소 및 가격 안정을 가져오는 괜찮은 조세정책이다. 반면 임대부동산의 경우에는 보유세 인상분을 임대료에 반영하는 조세 '전가(shifting) 효과'가 있어 임대료는 상승하고 거래는 감소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양도세의 강화는 일반적으로 수요 감소 및 부동산 거래의 감소로 가격 하락을 초래한다. 그러나 부동산 활황기에는 양도세 역시 동결효과가 있어 매도자가 매물을 거두어 들이면 공급 감소 및 부동산 가격 급등을 가져올 수 있다. 최근의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의 하나인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강화 대책과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세금 제도의 성질상 부동산 경기를 잡기는 어렵다. 기득권 보호 또는 편향된 분배 논리와 군중 심리에 부합해 무리한 부동산 세제 대책을 시행한 결과다. 부동산 세제 정책의 타이밍이 늦거나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의 심리가 정부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러면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정책은 어떤 것인가. 
  
첫째, 규제적 성격을 가진 부동산 세제는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색을 배제한 부동산 세제 정책의 일관성을 의미한다. 정부가 바뀌면 전 정권과 정반대의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고 일년에도 몇 번씩 세제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원칙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예를 보면 부동산 경기에 일일이 부동산 세제를 동원하는 경우는 드물고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취득세·등록세 세율은 가능하면 낮게 장기적으로 가져가서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를 경색시키지 말아야 한다. 보유세는 장기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조세 중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세 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만큼 취득세는 낮추되 보유세는 시간을 가지고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무조사를 통해서라도 부동산 투기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국세청의 부동산 관련 자료가 통합되면 부동산 투기자에 대한 이익 환수가 더욱 용이해 질 것이다.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해 형평과세 및 세원 양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규제적 조세의 성격상 나올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해야 한다. 보유세는 인상하되 주거권 보호를 위해 1세대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면제하고, 미국처럼 부동산 가격 대비 소득수준을 고려해 재산세를 환급해주는 '서킷브레이크(circuit breaker)' 제도의 도입도 고민해 봐야 한다. 

앞으로 소득은 없이 집 한 채만 소유하고 있는 노인층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1세대1주택 중 9억원 초과분에 과세하는 양도세도 미국의 '1031 exchange' 처럼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가격에 상관없이 과세이연해주는 것이 타당하다. 양도세를 내고 난 후 오히려 현재 집보다 규모를 줄여서 이사를 해야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주거권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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