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과거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과 함께 이자 및 배당소득세도 부과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 놓았는데요.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차명계좌 규모가 4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요. 이와 함께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율이 90%,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99%에 달한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특정 소득에 대해 전액에 가까운 99%의 세율로 세금을 걷는 경우는 보기 드물기 때문이죠.
세금을 99%로 걷는다는 것은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사실상 그와 같은 소득행위를 하지 말도록 규제하는 성격이 강한데요. 실제로 이 규정을 살펴보면 세금이라기보다는 법을 어긴데 따른 과징금 성격이 짙습니다.
이자와 배당에 대한 소득세는 해당 금융기관이 납세자 대신 원천징수해서 세무서에 내는데요. 세법에는 일반적인 이자와 배당소득은 14%(지방소득세 포함 15.4%)세율로 원천징수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금융실명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금융실명법 5조에 비실명 거래 금융자산의 이자·배당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을 90%로 정하고 있습니다. 금융실명법을 위반하면 그 이익을 사실상 전액 환수하겠다는 것이죠.
이런 성격의 세금은 과거에도 존재했어요. 무려 100% 세율로 부과됐던 부당이득세입니다. 부당이득세는 정부가 인허가하는 물품이나 부동산 등의 임대료를 국세청이 정한 가격을 초과해 받는 경우 부당이득으로 간주하고 전액 추징하는 세금이었습니다.
부당이득세는 물가안정을 위해 1975년에 만들어졌는데요. 연탄이나 임대주택 임대료 등이 과세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연탄 등에는 보조금을 줘 가격이 유지되고 임대보증금 등은 국세청이 정한 기준가격을 위반하기가 어려워 징수 실적이 미미했고요 세금의 성격과 다르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2007년에 폐지됐습니다.
성격으로 보나 세율로 보나 금융실명법 위반에 따른 이자·배당소득의 원천징수세율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금융실명법 위반 원천징수세율은 한가지 더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세금을 걷는 기준이 되는 세율을 세법에서 정하지 않고 다른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는 것이죠. 소득세이지만 소득세법이 아니라 금융실명법에서 세율을 정하고 있으니까요.
세율을 세법이 아닌 다른 법률에 위임한 건 이 사례가 유일합니다. 다른 일반적인 경우 소득세율은 소득세법, 법인세율은 법인세법, 부가가치세율은 부가가치세법에서 각각 정하고 있거든요.
99% 세율과 100% 세율은 역사상 최고세율이라고 봐도 무방할텐데요. 하지만 소득에 대한 세금 밖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이보다 훨씬 높은 세율로 걷는 세금도 있습니다. 바로 관세입니다.
수입물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국제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세금인데요. 국가간 지역간 자유무역협정이 폭넓게 체결되고 국제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현재는 대다수 물품들이 0의 세율이나 아주 낮은 세율로 수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품목들은 상상 이상의 고율 관세가 매겨지기도 하는데요. 각국이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일정한 물량을 초과해서 수입되는 경우 수입을 규제하기 위해 수백%의 관세율로 부과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매니옥(남아메리카 지역이 주산지로 전분제조용 뿌리식물)이라는 품목에 최고 887.4%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고세율의 세금을 만날 수 있는데요. 미등기 부동산을 전매하는 경우 양도소득세율이 70%로 지방세를 포함해 양도차익의 77%를 세금으로 내야 하고요. 오는 4월부터는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조정지역에서 주택을 팔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68.2%(지방세 포함)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합니다.
■ 현존하는 고세율 세금들
68.2% : 3주택자 이상의 조정지역 주택 양도소득세율
77% : 등기 하지 않은 부동산의 양도소득세율
99% : 금융실명법상 비실명 거래 금융자산의 이자·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
887.4% : 매니옥 관세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