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한달 점심값으로 얼마를 쓰시나요.
요즘 밥 한끼 먹으려면 최소 7000원~8000원은 줘야 하고 조금 비싼 메뉴를 고르면 1만원도 훌쩍 넘는데요. 한달에 20일만 근무해도 어림잡아 15만~20만원은 들어갑니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근로자 한달치 밥값을 1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식대 비과세 한도 항목인데요. 그 내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근로자들의 식대나 여비 등 실비 변상(보전) 성격의 소득은 세금을 떼지 않는 비과세 소득으로 구분합니다. 실제 급여가 월 500만원이더라도 비과세 소득이 50만원이 있다면 450만원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매기는 겁니다.
이런 실비 변상 성격의 비과세 소득에는 한도가 설정돼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식대와 6세 이하 자녀보육비는 월 10만원, 자가운전보조금(여비)과 벽지수당 등은 월 20만원이 한도입니다. 근로자들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대부분 10만원이 아니면 20만원을 한도로 하고 있죠.
하지만 왜 한달에 10만원 혹은 20만원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비과세로 처리해주니 그저 고맙게 생각할 뿐이죠.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근로자들 식대의 경우 7000~8000원짜리 점심 한끼를 먹어도 15만원은 들거든요.
그래서 식대 비과세 한도가 10만원이 된 연유를 찾아봤습니다. 근로자들의 식대를 비과세로 구분한 것은 일하는 사람들 점심값 정도는 세금을 떼지 말자는 차원의 세제지원책인데 1996년에 5만원 한도로 도입됐다가 2004년에 10만원으로 인상된 뒤 이제껏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근로자들이 지불하는 밥값은 물가상승과 함께 50% 안팎 올랐죠.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2004년 이후 14년간 매년 연평균 2.4% 상승했고, 음식 물가는 이보다 높은 2.6% 상승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통계청이 2012년부터 공개하고 있는 외식비 물가를 보면 서울기준 2016년 냉면값은 2012년 대비로만 해도 500원 가량 오른 8077원, 비빔밥은 950원 오른 7962원으로 집계돼 있습니다. 매일 비빔밥만 먹더라도 월 10만원으로는 턱도 없는 셈이죠.
이런 문제는 다른 실비 변상 성격의 비과세 소득에서도 발견되는데요. 주로 자가운전보조금 등의 이름으로 지급되는 일직비나 숙직비 또는 여비의 비과세 한도는 1994년에 월 20만원 한도로 생겨났는데 이후 무려 24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고요. 언론사 기자들의 비과세 소득인 취재수당도 20만원 한도로 정해진 지 24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입니다.
그밖에 교원들의 연구보조비 20만원 한도도 1995년 이후 그대로이고요. 선원들의 승선수당 20만원(1998년 신설), 6세 이하 자녀 보육비 10만원(2003년 신설)도 제도 도입 이후 10년 넘게 바뀐 적이 없죠.
전문가들은 비과세 소득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그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식대 비과세 한도를 2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동기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근로자 식대를 비롯해 한도가 정해져 있는 비과세 소득 규정 대부분이 제도 도입 이후 오랫동안 방치돼 있는 상황"이라며 "실비 보상적인 세제지원책의 경우 물가상승분을 수시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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