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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지만 같이 산다면 `1세대`

  • 2018.08.21(화) 15:59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 흥미로운 조문이 하나 포함돼 있다. 바로 소득세법 제88조의 '1세대의 범위'에 관한 규정이다. 
 
현재 소득세법 제88조에는 "1세대란 거주자 및 그 배우자가 그들과 같은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자"로 명시돼 있다. 또한 소득세법 기본통칙(89-154…1)에서는 1세대의 범위를 판정할 때 "부부가 이혼한 경우에는 각각 다른 세대를 구성한다. 
 
다만 법률상 이혼을 하였으나 생계를 같이하는 등 사실상 이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동일한 세대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라 과세당국은 법률상 이혼했으나 사실상 이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배우자까지 포함해 1세대로 보고 과세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2017년 위장이혼과 관련해 대법원 판례가 나온 후 정부는 즉시 기본통칙에 있는 '사실상 이혼하지 않은 경우'를 배우자의 개념에 포함하는 규정을 법률에 상향입법하는 개정안을 낸 것이다. 
 
1세대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두35083 판결, 2017. 9. 7. 선고)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총 9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가 협의이혼 시 8채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해 준 후 원고는 남은 한 채를 양도하고 1세대1주택으로 양도세 비과세를 받았다. 
 
원고는 협의이혼 후에도 전처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고 심지어 원고가 아파트를 양도한 후 3개월이 지나고 다시 전처와 혼인 신고를 했다. 국세청은 위장이혼으로 보고 1세대3주택 이상에 대한 양도세 1억8000만원을 과세했다. 
 
이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소득세법상 1세대1주택 비과세를 판단할 때 거주자와 함께 1세대를 구성하는 배우자는 법률상의 배우자를 의미한다고 해서 거주자가 주택 양도 당시 이미 이혼해 법률상 배우자가 없다면 종전 배우자와 분리해 별도 세대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협의이혼은 당사자 간 이혼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이혼 후 실제 혼인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이혼 자체가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서 협의이혼은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있어서 혼인 관계를 청산한 것이므로 이혼에 다른 목적(즉, 양도소득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더라도 이혼 자체가 무효가 되지 않는 한 가장이혼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법률상 이혼한 배우자를 1세대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이혼 후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거나 다시 결합해 재혼인 신고를 했더라도 이미 한 협의이혼이 무효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는 민법상 이혼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조세법률주의에 근거하고 있어 과세관청이 세법에 1세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 한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위장이혼으로 과세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그래서 정부는 2018년 세법개정안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배우자도 동일 세대의 구성원으로 보아 조세회피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소득세법 제88조의 1세대 범위를 판정할 때 "배우자란 법률상 이혼했으나 생계를 같이 하는 등 사실상 이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를 포함한다"고 명확히 규정했다. 
 
이러한 개정은 조세 회피를 위해 위장 이혼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과세함으로써 공평과세를 실현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실질과세원칙과 같은 맥락에서 반대로 법률상 이혼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부부가 별거 중이거나 왕래가 없이 남들보다 못한 사실상 이혼 상태에 있는 배우자는 1세대 범위에서 제외시켜 주는 것이 공평하다고 본다. 
 
현재는 부부가 사실상 이혼 상태이거나 별거 중이라고 하더라도 법률상으로 혼인 상태면 세법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1세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소득세법이 개정된다면 법률상 및 사실상 이혼한 경우에만 배우자를 1세대에 포함시키지 않고, 나머지 세 가지 경우(법률상·사실상 혼인 상태, 법률상 혼인·사실상 이혼 상태, 법률상 이혼·사실상 혼인 상태) 모두 배우자를 1세대에 포함시키게 되는 것이다. 
 
네 가지 경우 중에 세 가지 경우를 과세할 수 있으니 너무 '과세편의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는 경제생활을 별개로 하는 등 사실상 이혼 상태라면 법률상 남보다 못한 형식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별개의 세대로 보아 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공평과세의 원칙에 부합한다.
 
둘째, 실질과세원칙이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사실상 이혼 여부에 관한 판단 여부가 어렵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예를 들어 실제로 이혼을 했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같은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이혼 후에 서로 합의하여 재결합하는 경우 등을 위장 이혼으로 보아 부부 중 어느 한쪽은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없는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혼을 비롯한 가정사는 본인들만 아는 문제로서 세무당국이 일방적으로 과세하는 경우 세무전문가가 아닌 당사자들이 대처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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