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자동차(승용차)는 현대인들의 필수품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2017년 말 전국 승용차 등록대수는 약 1800만대에 달한다. 이는 청소년과 노인을 제외한 인구를 약 4000만명으로 가정했을 때 대략 2명 당 승용차 한 대가 있다는 의미다.
승용차를 구입한 사람이라면 개별소비세는 물론 부가가치세 10%가 차량가격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고 속이 쓰렸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최종소비자에게 부담이 모두 전가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개인이 승용차를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속이 쓰려도 어쩔 수 없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가치) 부담하는 세금이라서 '부가가치세'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승용차를 구입하는 자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면 어떤가. 원칙적으로 법인이 자기의 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공급받은 재화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은 매출세액에서 공제된다(부가가치세법 제38조).
다만, 승용차는 사정이 다르다. 부가가치세법에는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는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운수업 등과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에 직접 영업으로 사용되는 것을 제외한 승용차의 구입, 임차 및 유지에 관한 매입세액이다(부가가치세법 제39조).
이 규정은 부가가치세법이 제정된 1977년부터 존재해왔다. 매입세액 공제가 허용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에는 운수업, 자동차판매업, 자동차임대업, 운전학원업, 경비업, 기타 이와 유사한 업종이다(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19조).
법인이 승용차를 자기 사업을 위해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매입세액을 공제해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법인의 승용차는 부수적으로 임직원의 출퇴근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주목적은 법인의 영업에 필요하기 때문에 구입한 것이다.
승용차의 감가상각비는 다른 기계장치, 비품, 노트북 등과 같이 세무상 법인의 비용으로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승용차 관련 매입세액만 공제해주지 않는 이유는 해당 규정의 제정 취지를 살펴봐야 한다.
1977년 부가가치세법 제정 당시부터 승용차 매입세액 불공제 규정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 규정의 입법 취지는 찾을 수 없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비영업용 소형승용자동차'의 구입, 임차 및 유지에 관한 매입세액 불공제 관련 판결에서 그 입법 취지를 다음과 같이 조세정책상 이유 및 과세절차의 능률이라는 두 가지로 보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4헌바467 결정).
첫째, 매입세액 불공제 사유를 '사업 관련성'의 관점에서 보면 승용차는 사업자 명의로 구입 또는 임차해 개인적으로 사용 또는 부분적으로만 사업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부가가치세법이 도입된 1977년에는 소형승용차가 대표적인 사치재로서 더욱 개인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래서 조세정책상 승용차의 구입 및 유지와 관련한 매입세액의 경우에 원칙적으로 불공제하고 '직접 영업에 사용'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공제해 줌으로써 법인을 통해 승용차를 구입하여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한 것이다.
둘째, 실무상 한정된 과세관청의 인력으로는 소형승용차의 사업 관련성과 개인적 사용 같은 사실관계를 일일이 파악, 구분해 부분적으로 과세하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과세편의상 영업용이 아닌 승용차는 업무용으로 사용하더라도 비영업용으로 보아 일률적으로 사업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그 구입, 임차 및 유지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도록 한 것이다.
다른 국가의 경우에는 어떤가. 영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승용차를 배타적으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만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승용차 구입 시 매입세액을 전액 공제해 주는 대신 사적으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고 있다. 일본은 승용차를 과세사업에 사용한다면 전액 공제해주고 있다.
조세는 국가의 재원을 조달하는 목적과 함께 납세의무자의 행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할 정책적 목적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조세는 그 입법 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관련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40년 전에 입법한 이 규정은 과연 입법 목적이 달성되었을까. 승용차가 더 이상 사치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2016년부터는 법인 승용차를 사적 목적에 이용하는 경우 해당 부분은 법인의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소득으로 보아 과세하고 있다. 승용차 관련 매입세액을 무조건 불공제하는 입법 취지가 그 의미를 잃은 것이다. 의미가 없는 규제적 조항을 존속시키면 그 불이익은 결국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국가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규정을 폐지하기도 곤란하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7년의 총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불공제 금액은 약 16조원이다. 그 중에 면세사업 관련 불공제액 약 5조원, 접대비 관련 불공제액 약 1조원이 있다. 승용차 관련 매입세액 불공제액은 2017년 자동차 판매대수 약 180만대(수입차 약 23만대 포함)와 대당 평균 판매가격을 고려하면 약 6조원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매년 6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정책적 조세 규정의 입법 취지가 퇴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존치하는 것도 세법 이론에 맞지 않다. 사적사용을 감안해서 구입 시 일부만 공제해주는 방법 등 세수와 이론 사이의 절묘한 황금비율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