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데칼코마니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집안이 증여세 납부 재원 확보를 위해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 복기해보자.
최태원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작년 11월 말 SK㈜ 지분 4.87%(342만3332주)를 친족들에게 증여했다.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백부 고(故) 최종건 창업주 가족, 4촌, 6촌 등 23명이 대상이다.
최 회장이 18명에게 소유지분 23.12%(1626만5472주) 중 4.68%(329만주), 최 이사장이 5명에게 7.46%(252만주) 중 0.19%(13만3332주를 증여했다. 당시 시세로 따지면 총 9602억원(주당 28만500원) 어치다.
당시 최재원 수석부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증여받은 집안이 최종건 창업주의 둘째아들 최신원 현 SK네트웍스 회장 일가다. 최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 최성환 SK㈜ 상무 겸 SK네트웍스 전략실장 0.68%(48만주), 장녀 최유진씨과 차녀 최영진씨 각각 0.18%(12만5000주), 최신원 회장 0.14%(10만주)다.
전체 증여주식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도합 1.18%(83만주)다. 금액으로는 2330억원 규모다.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어림잡아 최 상무 740억원을 비롯해 최대 1280억원(수증재산의 55%)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신원 회장 일가의 수증 지분 중 3분의 2가량인 0.71%(49만6107주) 지분은 현재 세무서에 질권이 설정된 상태다. 일가 4명이 이달 초 일제히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납세담보로 제공했다. 질권을 설정할 시기의 시세로 1200억원대로 얼추 일가들의 증여세 납부예상세액과 맞아떨어진다.
증여세 납부를 위해 SK㈜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이를 담보로 연부연납을 통해 쪼개서 내겠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즉, 연부연납하는 경우엔 신청 세액에 상당하는 보험증권·부동산·주식 등 납세담보물을 제공해야 한다.
이유야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최장 5년간 최대 6회까지 나눠낼 경우 이달 말까지 신고해야 할 증여세는 최 상무 120억원을 비롯해 최대 21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 미련 없다.
현재 SK㈜ 최대주주 최태원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SK㈜ 지분은 증여가 있은 후 30.86%에서 30.36%로 0.5%포인트(34만6599주)가량 낮아진 상태다.
SK㈜ 주식을 증여받은 친족 23명 중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일가 4명을 제외한 18명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일제히 증여받은 주식 일부를 시장에 내다판 데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875억원(주당 평균 25만2000원)을 손에 쥐었다.
주도하고 있는 집안은 최종건 창업주의 장남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 가족이다. 증여받은 지분은 0.71%(49만6808주)다. 최윤원 회장의 장남 최영근씨0.50%(35만3518주), 세 딸 최서희·최은진·최현진 각각 0.05%(3만7899주), 부인 김채헌씨 0.04%(2만9593주)다.
당시 시세로 1390억원어치로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77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일가들은 납부 재원 대부분을 주식 매각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가 5명 중 SK 경영에 참여하는 이가 없으니 그럴 법도 하다. 현재까지 처분한 주식은 21만7100주다. 증여주식의 43.7%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일가는 549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SK㈜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친족들의) 면면이 두 달여 전에 최태원 SK 회장 등으로부터 SK㈜ 주식을 증여받은 일가인 점에 비춰볼 때, 증여세 납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현금화 과정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