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루이스(49·사진) 영국 테스코그룹 신임 회장이 최근 한국을 다녀갔다.
실적악화와 분식회계를 계기로 테스코그룹의 사업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뤄진 방문이라 그 배경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테스코그룹은 홈플러스를 계열사로 둔 영국 1위의 유통그룹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루이스 회장은 지난 28일 한국을 방문해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을 만났다. 홈플러스 내부에서 루이스 회장의 정확한 방문일정을 사전에 안 사람은 도 사장과 몇몇 임원 등 소수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루이스 회장이 각지역 계열사 방문의 일환으로 한국을 둘러본 뒤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도 사장과)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루이스 회장은 필립 클라크 테스코그룹 전 회장이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물로, 지난달 취임과 동시에 테스코그룹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자진고백하며 사업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예고했다. 테스코그룹에 합류하기 전까지 28년간 생활용품회사인 유니레버에 몸담았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로 치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협력사 대표가 대형마트의 최고경영자가 된 것"이라며 "외부인이 테스코그룹을 맡은 만큼 변화의 폭이나 강도가 과거와 확연히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루이스 회장은 분식회계 고백을 통해 테스코그룹 임원 4명의 업무를 중단시키는 등 전임 경영진과 선긋기에 나섰다. 최근엔 테스코그룹 이사회 의장인 리차드 브로드벤트도 물러나기로 했다.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도 점쳐진다. 테스코그룹은 고객마케팅 전문업체인 '던험비', 영상스트림서비스사업 부문인 '블링크박스' 등 비핵심사업 정리뿐 아니라 아시아 현지법인의 지분매각이나 상장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홈플러스는 테스코그룹의 알짜 해외계열사로 꼽힌다.
따라서 루이스 회장의 이번 방한은 취임초 계열사를 둘러보는 의례적 방문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클라크 전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홈플러스 매각은 절대없다"며 대외적으로 매각설을 일축한 것과 달리 루이스 회장은 자신의 방문사실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한국을 찾은 뒤 그날 곧바로 출국했다.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사내 인터뷰 형식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부진과 분식회계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테스코는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며 "경쟁력 회복, 재무 강화, 신뢰와 투명성 확립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