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대란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구하지 못해 소비자들은 쩔쩔맨다. 대형마트 문 열기 전에 줄을 서지 않은 이상, 동네 편의점에서 허니버터칩을 구할 ‘행운’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출시 7개월이 지난 허니버터칩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전설의 과자’로 남아있다.
왜일까?
답은 뻔하다. 잘 팔려서다.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해태제과 측은 “진열과 동시에 즉시 품절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매진은 지난 10월 이후 4개월째다. 매월 생산되는 1만5000박스 가량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신제품이 월 10억원의 매출만 올려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과시장에서 허니버터칩의 월 매출은 75억원이다.
여기에 해태제과가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물량은 더 달리고 있다. 막대한 돈을 생산설비에 투자했다가, 유행이 지나고 난 뒤 라인을 놀릴 수 있는 ‘리스크’ 탓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송치호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허니버터칩을 장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라인 확장 계획이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도 석연치 않다. 그 많은 허니버터칩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얼마 전 만난 지인이 허니버터칩 동생 ‘허니통통’을 가져왔다. 그것도 공짜로. 허니통통은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 '후속작'으로 출시한 것으로, 이 과자도 연일 매진이다. 그런데 이 지인이 ‘허니통통’을 구한 곳은 편의점이나 슈퍼가 아닌 교회였다. 이 교회의 한 신자가 허니버터칩과 허니통통 3박스를 가져와 주말에 신자들에게 공짜로 나눠 줬다는 것이다.
그 교인은 어디서 ‘허니버터칩’을 구했을까. 바로 그가 운영하는 편의점이었다. 그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몇 달간 허니버터칩과 허니통통을 쟁여뒀다고 한다.
허니버터칩을 받은 교회 사람들 입장에선 공짜로 과자를 받은 미담이다. 하지만 이 분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동네 주민들에겐 열 받을 일이다. 그간 허니버터칩이 다 팔려서 못 산 것이 아니라, 편의점 주인이 안 팔고 쟁여뒀기 때문이라니.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이건 직접 겪은 일이다.
우리 동네의 한 대형마트 점장이 인터넷에 허니버터칩 2박스를 팔겠다는 글을 올렸다. 판매 방식은 선착순. 이 인터넷 게시물에 댓글을 빨리 다는 32명에게 각 1봉지씩 판매하겠다고 했다. 당첨된 사람들은 매장에서 닉네임을 대면 허니버터칩 한 봉지를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장 진열대에 있어야 할 허니버터칩이 인터넷에서 선착순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슈퍼 점주들의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허니버터칩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사진도 올라와 있다. 한 달 넘게 모은 허니버터칩 10박스를 풀었더니 순식간에 모두 팔렸다는 글과 함께. 또 다른 슈퍼 점주는 허니버터칩을 쟁여뒀다가 단골손님에게만 몰래 판다는 글도 올렸다.
이처럼 허니버터칩이 귀해지면서, 중간 유통과정에서 허니버터칩을 쟁여두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쟁여둔 허니버터칩은 단골에게만 팔거나, 웃돈을 받고 팔기도 하고, 이벤트를 열어 손님을 끌어 모이는 데 쓰인다.
작년 말에는 허니버터칩의 ‘끼워팔기’가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을 비인기상품과 동반구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거래강제행위(끼워팔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니버터칩을 두고 인질극을 벌인다는 농담까지 나왔다.
‘끼워팔기’에 이어 ‘쟁여두기’까지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허니버터칩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쟁여두기’는 위법 여부를 떠나, 공정한 거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해태제과에서 계속 허니버터칩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중간 유통업체가 쟁여둔다면 일반 소비자는 빈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농심), '꼬깔콘 허니버터맛'(롯데제과) 등 '미투 제품'을 찾고 있다. 판을 벌인 해태제과가 오히려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