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신세계 출신의 허인철 이마트 대표가 오리온 부회장으로 영입됐었죠. 국내 최대 유통업체 수장이 제조업체로 자리를 옮기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들어보죠. 시작합니다. 안준형 기자, 허 부회장, 다음 달이면 오리온에 영입된지, 딱 일년이 된다고요?
<기자>
네, 허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오리온으로 영입됐습니다. 작년 1월 신세계그룹에 사표를 던진 허 부회장이 6개월 만에 자리를 옮기면서 파격 행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식음료 업체를 쥐락펴락하는 대형마트 수장이 식품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허 부회장은 경영전략실 사장, 이마트 사장 등을 지낸 신세계 '넘버 3' 안에 손꼽히는 인사였습니다.
<앵커>
파격영입으로 평가받는 허 부회장,성과는 좀 냈습니까? 어떻습니까?
<기자>
오리온은 중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국내 제과업체 가운데 독보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그 이면에는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쌓이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담철곤 회장이 횡령배임으로 2011년 구속된 사건인데요. 재판 과정에서 담 회장의 개인 회사인 '아이팩' 등이 수면위로 불거졌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은 뒤에도 담 회장은 '아이팩'을 통해 거액을 배당받아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앵커>
안기자 사실, 오리온이 오너 중심의 회사잖아요. 그러니, 뻔히 문제가 보여도 나설 사람이 없었던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죠. 그런데, 그 상황에서 칼을 잡은 것이 바로 전문 경영인 허인철 부회장입니다. 허 부회장은 반년 만에 아이팩을 오리온의 자회사로 합병 추진했습니다. 이 외에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합병, 착한 포장 프로젝트 등 난제를 단칼에 해결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허인철 부회장이 신세계에서 몸담고 있던 몇년전 국정감사 답변 모습,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은데요. 당시 국회의원들이 허 부회장의 답변을 불성실한 것 아니냐고 크게 질타했고, 결국 정용진 부회장이 국회에 나와 머리를 숙였던 사건 말입니다. 그래서 말이죠. 허 부회장과 오너와의 궁합은 좀 어떻습니까? 담철곤 회장과의 호흡말입니다.
<기자>
지금까지 담 회장은 허 부회장을 전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담 회장과 그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이 직접 허 부회장을 만나 합류를 제안했을 정도입니다. 허 부회장이 오리온으로 출근한 뒤 처음 지휘한 일도 회장실을 해체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회장실 아래 편제된 전략·법무·감사·홍보 부문을 독립시켰습니다.
<앵커>
오. 비서실, 그러니까 문고리 권력을 해체한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오너의 눈치를 살피는 여느 전문경영인답지 않은 파격 행보였습니다. 이후에도 허 부회장은 "적폐를 없애야 한다"며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현재 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허 부회장에게 전권을 이임한 상황입니다.
<앵커>
안기자. 그건 그렇고요. 최근 오리온 초코파이가 세계적으로 석 달 만에 1120억원치 팔렸다는 뉴스를 들은 적 있습니다. 뭐, 또 보니까, 허인철 부회장이 오리온으로 온 뒤에 오리온 주가도 30% 넘게 올랐더라고요. 자. 문제는 실적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실적 좀 날까요?
<기자>
다른 무엇보다 오리온이 집중하는 곳은 해외 시장입니다. 오리온은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베트남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허 부회장이 조직내 묵은 문제점을 해결한 만큼, 앞으로는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리온처럼 강력한 오너십이 있는 회사에서 오너의 눈치 보지 않고 소신있는 행보라..허인철 부회장의 소신행보, 좀 지켜보죠. 안준형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